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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자동차업계가 요동치고 있다며, 미 전역의 자동차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관세 적용 전에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현대차(005380)의 한 영업 임원은 대리점들에 보낸 메모에서 “지금은 기록적인 판매를 달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적극적인 판매를 독려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뉴욕주 버팔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듀안 패독 쉐보레 딜러는 “지난 사흘 동안 제너럴모터스(GM)에서 평소보다 두 배 많은 차량을 공급했다”며 “GM이 생산을 앞당겼고, 차량을 사려는 고객들이 대리점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전역의 자동차 딜러들은 재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관세 인상 전 지금이 차량 구매의 적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크라이슬러, 닷지, 지프, 램 브랜드를 운영하는 케빈 패리시 딜러는 “지금이 관세가 적용되기 전에 차량을 구매할 최적의 시기”라며 “스텔란티스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램 픽업트럭 생산을 지난해 말부터 늘렸기 때문에 현재 충분한 재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자체적으로 입수한 현대차 내부 메모에서 회사 측이 관세 인상을 ‘판매 기회’로 활용하라고 대리점에 주문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해당 메모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라”는 신중한 입장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딜러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엔 평균 60~90일 분량의 재고가 있어 관세 인상의 즉각적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콜럼버스 지역에서 여러 브랜드의 차량을 판매하는 리트 리카트 CEO는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모두 오를 것은 확실하다”며 “가격 인상 폭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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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관세 조치는 2400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 및 부품 무역에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1600만 대 중 절반이 수입차로, 관세가 적용될 경우 자동차 가격은 평균 11% 상승할 것으로 JP모건체이스는 예상했다.
가격 인상으로 인해 이미 5만 달러에 육박하는 신차 평균 가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특히 저가 차량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저렴한 수입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교외의 현대차 대리점에서 기존 4만1385달러에서 3만5598달러로 할인된 기아 쏘렌토를 관심 있게 지켜본 키스 월(77)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를 듣고 결정을 서두르게 됐다”며 “가격이 4000달러에서 1만5000달러 사이로 오를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나 같은 소비자는 신차 구매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다음 주께 1분기 판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선 관세를 우려해 3월에 구매 증가로 이어져 1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래의 소비를 당겨온 셈으로 관세 부과가 지속하면 2분기 이후 판매량은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차를 서둘러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대신 그는 미국산 자동차를 구매하면 대출 이자를 세금 공제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며,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는 최근 미국 내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관세 인상에 앞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