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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심과 원심은 구리시가 이 사건 침범부분의 간접점유자로서 원고에게 분묘 굴이, 상석·비석 철거, 토지 인도 및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리시 측은 점유취득시효나 분묘기지권 등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토지 소유자인 원고로서는 당연한 결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분묘 굴이, 상석·비석 철거 및 토지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핵심 이유는 청구의 상대방을 잘못 특정했다는 것이다.
먼저, 분묘 굴이 및 상석·비석 철거 청구에 대해 대법원은 토지 소유권에 기해 분묘 굴이 등을 청구하려면 그 분묘와 부속물의 관리처분권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관리처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분묘에 안장된 망인의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제사주재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즉, 공설묘지를 운영하며 분묘 설치를 허락한 구리시가 아니라, 각 분묘의 연고자인 제사주재자가 철거 의무의 당사자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토지 인도 청구의 경우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인도 청구는 현실적으로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한다. 대법원은 분묘의 기지 및 그 수호와 제사에 필요한 범위 내의 토지는 제사주재자가 현실적으로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리시는 분묘 설치를 허락했을 뿐, 해당 분묘와 그 부지를 직접 점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따라서 토지 인도 역시 구리시가 아닌 각 분묘의 제사주재자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구리시가 원고 소유 토지를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임료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보아 부당이득반환 책임은 인정했다. 이는 구리시가 직접 점유자가 아니더라도 공설묘지 운영을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내 땅에 누군가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그 분묘의 철거나 토지 인도를 구하는 소송은 분묘 설치를 허락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각 분묘의 연고자, 즉 제사주재자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다수의 제사주재자를 일일이 파악하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는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불필요한 소송이나 법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자체가 공설묘지를 조성하거나 관리할 때에는 사유지 침범 여부를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분쟁 발생 시에는 토지 소유자와 실제 분묘 연고자 간의 원만한 해결을 중재하는 역할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토지 소유자 역시 자신의 재산권이 침해당했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정확한 법적 절차와 청구 상대방을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판결은 그러한 법적 판단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토지 소유자들이 권리를 효과적으로 구제받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