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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에서 굶주린 개 18마리를 발견했다. 주인 없이 6일을 버틴 개들은 먼저 죽은 3마리의 사체를 뜯어먹으면서 살아남았다. 견주 A씨는 먹이도 주지 않고 개들을 버린 채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자신의 유기 범행을 반성하지 않던 그는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는데 그쳤다.
유기범들은 자신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100만원 남짓의 벌금만 내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이데일리가 최근 5년간 ‘동물유기’ 혐의로 기소된 판결문 19건을 분석한 결과 79%(15건)는 벌금형이, 3건은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징역형은 단 1건뿐이었다.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선고된 경우 동물에 대한 극심한 학대한 정황이 확인된 경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유기에 내려진 처벌은 벌금형이 전부였다. 벌금은 50만원부터 최고 400만원까지 다양했는데 100만원 내외가 가장 많았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전과가 없는 초범이었고 “불법인줄 몰랐다”며 유기를 불법행위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동물보호법은 소유자가 반려동물을 사육·관리·보호할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런 행위로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확인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지만 동물유기는 발견되기 어렵고 유기와 유실을 구분하기 힘들어서 대부분 은폐되거나 적은 벌금형이 선고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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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무제한 벌금부터 징역 7년형까지 부과…“유기 처벌 강화해야”
반복적인 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주요 선진국은 동물 보호자에게 훨씬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고 있다. 세계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동물을 고의로 죽이거나 유기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이를 어길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2만 5000유로 상당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동물보호법을 마련했다. 영국은 심각한 동물 방치 등 동물 학대(유기)를 저지른 자에게 최대 징역 5년이나 무제한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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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올해 2월에 농림부가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동물유기죄의 법정형을 벌금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민법상 동물의 지위가 물건인 이상 동물유기죄 법정형을 아주 유의미하게 높이기는 어렵다”며 “동물유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산·판매 자체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현행법 개정이 어렵다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유기를 포함한 동물 학대를 규제를 강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장기적으로는 생명 존중 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