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용산 나진상가 매각 지연에 H&Q 메자닌 회수 차질 빚나

김연서 기자I 2025.05.08 10:00:00

[팔까? 말까? 현대엘리의 셈법]②
11월 RCPS 콜옵션 임박…현금 확보 ‘비상’
H&Q코리아, 최대 49.9% 지분 전환 가능
“콜옵션 이행 위해 대규모 자금 필요할 것”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송재민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추진 중인 나진전자월드 상가 매각이 지연되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메자닌 상환에도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콜옵션 행사 시점을 앞두고 현금 확보에 나섰지만, 나진전자월드 상가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11월 콜옵션 도래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11월 이후 H&Q코리아에 RCPS(상환전환우선주)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이행할 전망이다. RCPS 콜옵션 행사 시점이 먼저 도래하고, 내년 11월부터는 전환사채(CB)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모회사인 현대홀딩스컴퍼니는 지난 2023년 그룹의 지배권 보호를 위해 H&Q로부터 약 310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Q코리아는 지난 2023년 11월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발행한 RCPS, CB, 교환사채(EB)를 인수했다. 총 투자금액은 RCPS와 CB가 각각 2300억원, EB가 800억원으로 합계 3100억원이다.

H&Q코리아는 RCPS와 CB의 보통주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H&Q코리아가 RCPS와 C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 49.9%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현대홀딩스컴퍼니는 이에 대비해 RCPS와 CB에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설정해 두었고 오는 11월부터 RCPS에 대한 콜옵션 행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가 2025년 11월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미리 (콜옵션 이행)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H&Q코리아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 확대 기조로 인해) 수익률이 계획 이상으로 잘 나오고 있어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H&Q코리아는 현재 경영권 담보 실행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관계자는 “H&Q는 경영권 담보권 행사는 가급적 피할 것으로 보이고, 실제 행사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고배당 강화 기조가 H&Q에도 좋은 수익률을 주고 있는 만큼 경영권 자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단 설명이다.

나진상가 매각 난항…콜옵션 이행 차질 빚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21년 1000억원대에 사들인 나진전자월드상가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매수 희망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매각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정 가격 제시자가 나올 때까지 나진상가 매각은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비사업용 자산 매각’이라는 내부 기본 방침에 따라 나진상가 매각을 위한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매각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가 콜옵션을 원활히 이행하려면 상당한 현금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진전자월드 상가 등의 비핵심 자산 정리가 지연되면 콜옵션 행사를 위한 현금 마련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IB 업계는 ‘나진상가 매각 작업’을 배당 확대를 통한 ‘메자닌 상환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진상가와 연지동 사옥 등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 자금으로 배당을 확대해 메자닌 상환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Q코리아는 배당 수익 및 이자 수익만으로도 만족하는 분위기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콜옵션 이행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자산 효율화를 통해 본업 경쟁력을 높이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나진상가 외에도 연지동 사옥 매각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통해 본업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입장 차이가 있지만, 모두 매각 대금으로 현금을 확보해 배당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일치한다”며 “결국 나진상가 매각은 배당 여력을 확충하고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