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오는 4월 2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까지 더해지며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 ‘필수 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속도가 생명’…여야 이견 없는 3대 사업에 추경 집중
정부는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이번 추경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사안을 내세워 신속한 추경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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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해 우리 수출기업의 무역금융과 수출바우처를 추가로 공급하는 한편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 지원도 확대한다. 경쟁이 심화하는 AI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고성능 GPU를 추가 확보하고 중소기업 등의 AI 컴퓨팅 접근성 제고 역시 지원한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경영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는 사업 발굴에도 재원을 쓸 예정이다.
전문가들도 영남 지역 산불 피해 복구와 내수 활성화 등을 위한 추경 규모로 약 10조원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소 9조8000억원 이상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약 1.7%로 전망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2%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규모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경제 위기 시에도 추경 편성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이듬해에 경제성장률이 반등한 경험이 있다”며 정부 예산이 우석적으로 추가 투입돼야 하는 부문으로는 영남 지역 산불 피해 복구 및 지원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간소비 및 일자리 창출 등을 꼽았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추경 계획이 제 효과를 발휘하려면 보다 빠른 국회 통과와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추경 편성사례를 봤을 때 정부안 제출 이후 국회 문턱을 넘는데 최대 99일(2019년 추경)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자칫 추경이 연말까지 늘어질 수도 있어서다.
◇정부안,여야 추경 규모 못 미쳐…탄핵 선고도 ‘변수’
그러나 추경이 4월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정부안과 더불어민주당 추경안과의 격차가 현격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따른 여야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10조원 규모 추경은 민주당 자체 추경안(34조7000억원)과 비교해 약 25조원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추경에 민생회복 예산만 23조5000억원(민생회복 소비쿠폰 13조원, 지역화폐 2조원 등 포함)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정부 추경계획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10조라는 추경 규모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여당은 아직 정확한 추경 규모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역시 정부가 제안한 10조원 추경 규모에 계획을 담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여당도 이번 추경에 △신용카드 캐시백 △소상공인 1인당 100만원 규모 에너지 바우처 △기초수급·차상위 계층에 25~50만원 규모 선불카드 지급 등을 담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서다. 이외에 조(兆) 단위 인공지능(AI) 등 미래성장 및 사회간접자본(SOC) 뉴딜 예산도 제안한 바 있다.
2025년 본예산 통과과정에서 삭감된 예비비를 두고도 여야의 이견도 큰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 재난·재해 목적예비비 및 각 부처 예비비, 국고채무부담 등을 통해 산불 예산에 전혀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반박한다. 구체적으로 여당은 1조6000억원의 목적예비비 대부분은 이미 고교무상교육 등 사업 소요경비로 지출토록 돼 산불에 사용 가능한 예산은 400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및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여야 대치가 더욱 격렬해지는 상황 역시 추경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야는 이달 18일 우원식 국회의장 원내대표 주재 회동 뒤 “이달까지 정부가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면 편성해서 제출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요청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이후 정쟁을 거듭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4월 중 탄핵심판 선고가 날 경우 여야 모두 극심한 혼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