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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7분께 구속 피고인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입장했다.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맸고,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긴 차림이었다. 그는 플래시 세례 속에 굳은 표정으로 맞은편 검사석을 응시했고,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카메라가 퇴장한 직후에는 옅은 웃음을 띠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특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14일 검찰 신문에서 “계엄 당일 국회 진입 및 의원 연행 지시를 상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증인 채택 및 신문 순서를 문제 삼아 1차 공판에서 반대신문을 거부했지만, 이날은 송진호 변호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대신문이 이뤄졌다.
조 단장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 없다”, “그의 지시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을 통해 이행하라는 말도 들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대통령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 2시간 후에야 병력이 국회로 출동했다”며 “실제로 의원을 끌어내려 했다면 시간 배치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단장은 “그 상황 자체는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답했다.
공포탄을 지참하라는 지시에 대해서도 조 단장은 “훈련 상황 연계로 생각했고, 실탄 지참은 없었다”며 “당시 국회에 출동한 병력은 대부분 무장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장비 역시 “기본적인 군장 외에 특별 지시나 준비는 없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또 “국회의원 포함 전원의 출입을 차단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됐다는 진술이 무리 아니냐”고 물었고, 조 단장은 “통제 범위에 대한 구체적 지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조 단장은 이어 “경비단은 계엄을 상정해서 훈련한 적은 없다”, “계엄 계획 자체가 없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국회 내 위협 민간인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녹취에 대해 “그런 군사작전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모르겠다”, “불가능한 지시였다”고도 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이진우 사령관이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즉시 철회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조 단장은 “철회가 아니라 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단장은 예하부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국회 내 인원(국회의원)을 끌어내는 임무를 받았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검찰, 헌재, 법정 진술이 각각 다르다는 지적에는 “모두 사실이며 당시 상황에 따라 기억의 선명도가 달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히려 그런 말을 해서 내가 받은 지시의 타당성이 입증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조 단장이 “(수방사 제1경비단은) 계엄 훈련을 한 적도, 계엄 계획도 없었다”고 증언한 대목이 검찰의 내란 공모 주장과 어긋나는 진술로 해석될지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지난달 8일 석방됐고,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자연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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