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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발표된 민주당 후보자 선출경선 투표결과 김동연 지사는 6.87% 최종 누적 득표율을 얻어 3.36%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 이재명 전 대표는 89.77%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 악전고투
이번 민주당 경선은 일반 국민과 권리당원 모두 1인 1표를 보장하는 ‘국민경선’이 폐기된 채 시작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리당원 투표 비율이 50%를 차지하면서 친명(친 이재명) 중심 선거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경선 후보들과 협의가 없었던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에 반발한 김두관 전 의원은 결국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김동연 지사는 “밭을 가리지 않는 농부의 심정으로 임하겠다”며 경선에 참여했다.
경선 시작 후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공정성 논란으로 중도 하차했던 여론조사업체가 다시 이번 대선 경선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는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당 업체의 경선 배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안심번호로 진행되는 국민선거인단(일반국민) 투표에 권리당원이 이중 투표가 가능한 문제점이 드러나며 불공정 논란은 불씨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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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연 지사는 ‘완주’를 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지사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불공정을 문제 삼아 불참 또는 중도 포기를 선언했으면, 경선 자체가 파투 나고 민주당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불리한 상황 속에도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함으로써 결국 ‘경선 지킴이’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전국단위 지지기반 확보 ‘떨어져도 남는 장사’
그렇다고 김동연 지사가 이번 경선을 통해 일방적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텃밭인 영남권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2위를 지키며 전국 단위 지지기반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권에서 김동연 지사는 합산 득표수 1만4889명(7.41%)로 7830명(3.90%)에 그친 김경수 전 지사를 더블포인트에 가까운 수치로 앞섰다.
이번 경선을 통해 김 지사는 정치적 선명성도 확보했다. 친명 일색의 당원들 앞에서 “비명, 수박 같은 분열의 언어와 결별하자”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고, 개헌과 대통령실 세종 이전 등 이재명 전 대표와 견해 차이를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따져 물으며 그간 약점으로 거론됐던 ‘관료적 모습’을 벗어던졌다.
주 4.5일제와 전국에 10개 서울대 만들기 등 김 지사가 가장 먼저 내놓은 공약들도 타 후보들이 수용하면서 민주당 대선 공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김동연 캠프 대변인은 “김동연 후보는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하고 싶은’, ‘하면 나라에 좋을’, ‘할 수밖에 없는’ 일만을 말했다”고 논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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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분열을 막았다는 점에서도 김 지사는 당내 긍정적 인식을 남겼다. 과거 노무현 대 이인제 경선 후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사례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문재인 대 손학규, 이전 대선 때는 이재명 대 이낙연의 ‘명낙대전’ 등 경선 이후 발생한 파열음을 재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 외 뚜렷한 차기 구도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 내에서는 확실한 족적을 남긴 셈이다.
김동연 지사는 당내 경선 종료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압도적 정권교체만이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이재명 후보님께서 그 길 맨 앞에서 승리의 길로 이끌어주실 거라 확신한다. 저도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승복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로 가겠다. ‘왜 경선에 나서냐’라는 냉소에도 담대하게 임했던 것처럼 정면돌파의 자세로 정치하겠다”라며 “상식과 양심이 밥 먹여주는 나라, 국민 개개인의 꿈이 존중받는 기회의 나라, 그 꿈을 가지고 첫 마음 그대로 정치하겠다. ‘아직도 미련하게 꿈을 꾸는 정치인이 있구나’하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여기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끝으로 “저의 유쾌한 도전과 반란, 이제 첫발 뗐다. 앞으로도 당당하고 담대하게, 저 김동연답게, 강물처럼 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