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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미국과 영국의 도시 거주자와 아프리카 나미비아 반 도시 지역, 나미비아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그림을 보고 어떤 착시 효과가 나타나는지 실험했다.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대표적인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코퍼 착시’는 줄무늬로 가득한 그림 속에 ‘동그라미’가 숨겨져 있는데, 도시 지역에서는 같은 그림에서 ‘사각형’만을, 시골 지역에서는 ‘원’만을 발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구에 참석한 263명의 미국·영국인 중 81%는 해당 그림에서 ‘사각형’만을 인지했다. 사각형을 인지하다가 원을 발견한 이들은 17%였고, 원을 보다가 사각형을 인지한 이들은 3%였다. ‘원’만 인지한 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반면 나미비아 시골 지역 사람들은 정 반대로 봤다. 이들은 해당 그림에서 ‘원’만 인식한 사람들이 48%였고, 원을 보다가 사각형을 인지한 사람은 48%였다. 사각형에서 원을 본 사람은 3%에 불과했고, ‘사각형’만 본 사람도 2%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밖에 다른 착시 그림을 보여주며 도시 지역 사람들과 시골 지역 사람들이 다른 착시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인간들이 비슷한 착시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존 생각과 달리, 살아온 환경에 따라 ‘훈련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반 크루핀 박사는 논문에서 “인간은 자연 중심의 시골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시각 과학 연구는 도시에 거주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연구가 이뤄져 왔다”며 “착시 효과는 우리 (뇌가 일으키는) 시각 처리에 따른 것이 아닐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던 착시 효과에서조차 ‘문화적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