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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행복 진천의 복지 실험…내년 전국화 눈 앞[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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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I 2025.05.27 12:00:10

퇴원 노인 통합간호센터 가동
살던 곳에서 건강 일상 회복 가능
노인+장애인+지역사회 협력 모델 제시

[진천(충북)=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우리는 왜 안 해줘요?”

안은숙 우리동네 돌봄시테이션 팀장은 퇴원을 앞둔 진천 거주 주민을 찾아가면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진천군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 2차병원과 협력해 가동 중인 방문 간호 서비스통합간호센터 ‘우리동네 돌봄스테이션’ 때문이다. 병원 소속 간호사와 영양사 등이 입원 환자 가운데 대상자를 선정해 퇴원 직후부터 맞춤형 간호를 제공해 다시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노인들의 영양부터 건강관리까지 돌보며 이들의 일상 복귀를 돕는 것이다. ‘살기엔 진천이 좋다(生居鎭川 생거진천)’의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날마다 증명하고 있다.

진천엔 중증 노인이 적은 이유

‘우리동네 돌봄스테이션’에는 병원 소속 간호사 5명과 영양사 1명, 사회복지사 1명, 비상근 재활치료사 1명, 약사 1명, 의사 1명 등이 한팀으로 환자 1명당 6개월간 최소 8차례 이상 무료로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간 고령 환자의 간호와 영양관리, 재활 진료 등을 제공한다. 해당 병원에 인건비 일부를 지자체에서 지원하며 시범사업 선정 이전인 2020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19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진천군 우리동네 돌봄스테이션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김하늘(39) 영양사는 “어르신 대부분이 약을 먹기 위해 식사를 하는데 그것도 김치 한 조각에 물에 말아서 한 술 하고 있다”며 “적게 먹더라도 양질의 식사를 해야 한다고 계속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에서 끝나지 않도록 영양보충식인 단백질 음료 등도 무료로 지원한다. 건강상태가 호전되면 기본패키지 지원사업은 종결된다. 이후 모니터링은 읍면에서 계속 맡는다.

이 같은 사업의 효과일까. 노인인구 대비 진천군 장기요양등급자 비율은 2023년 이후부터 꺾였다. 1등급은 전국 평균(3.7%) 보다 낮은 2.9%다. 반대로 가장 낮은 5등급 비중은 18.2%로 전국평균(9.2%)보다 2배 가까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중증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데 진천에서는 중증으로 악화한 사례가 드문 것이다. 덕분에 연간 15억 5500만원 정도의 장기요양급여 절감 효과가 나고 있다고 진천군은 분석했다. 안은숙(57) 팀장은 “진천군이 다 움직여야 한 어르신을 도울 수 있다”며 “덕분에 보건과 복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표=진천군 제공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있다. 노인 대상 범죄가 늘며 개인정보 접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퇴원 직전인 노인을 일일이 찾아가 퇴원 후 재택 돌봄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한번에 설득이 아닌 2~3번 이상의 방문, 설득 작업을 벌여야 한다. 곽초은(42) 간호사는 “병원을 찾아가도 보호자를 만나기 어렵거나, 섬망이 있는 어르신에게 설명해도 돌아서면 잊는다. 집으로 연락하면 정수기 판매원이나 스미싱 사기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며 “입원과 동시에 서비스에 동의도 해주는 시스템이 보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인·장애인 모두 더하기는 ‘행복’

진천군에서의 복지실험은 하나 더 있다. 장애인과 노인이 어우러져 함께 일하며 힐링할 수 있는 치유농장 ‘생거진천 케어팜(이하 케어팜)’이다. 사회적 농업활동을 통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유장현씨가 닭에 모이를 주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진천군이 (구)농업개발센터 유휴지(7900여㎡)를 치유농장으로 조성해, 노인일자리사업,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창출했다. 사회복지사 3명이 상근 근무하며 어떤 이는 하루 8시간 근무를, 어떤 이는 하루 3시간 근무를 한다. 이들은 상추, 마늘, 생강, 옥수수, 땅콩 방울토마토 등 20여 가지 작물을 심고 관리하며 수익도 내고 힐링도 한다.

지적 장애를 가진 유장현(26)씨는 “이전엔 복지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며 “여기선 닭과 토끼의 밥을 챙겨주고 농작물에 물도 준다. 이곳에서 일하는 게 훨씬 재밌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임영조(75)씨는 “집에서도 텃밭을 가꾸지만, 여기선 일하는 기쁨이 크다”고 설명했다.

농업을 통한 수익창출이 목적이 되면 돌봄은 착취로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자율에 맡긴다. 인근 특수학교 학생들부터, 노인복지관 노인들, 치매안심센터 경증치매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찾아와 자신들이 심고 가꾸고 싶은 것을 찾아 가꾼다.

이장호(57) 케어팜 대표는 “멍 때리기든, 물을 주든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하게 한다”며 “주로 돌봄을 받던 이들이 내가 돌볼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며 좀 더 적극적인 활동으로 변한다. 이곳에선 자연스럽게 돌봄이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이장호 생거진천 케어팜 대표가 농작물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소득도 창출 중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꽃들을 지역 축제 때 컵에 담아 판매한다. 올해부터는 진천군 내 작은 학교들에 무 한 개, 대파 한 등과 같이 소량의 농작물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6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수익은 다시 케어팜 운영에 재투자한다. 7년째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이재철 진천군 통합돌봄팀 주무관은 “앞으로 케어팜 인근 부지를 확보해 주간보호센터,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등과 연계함으로써 돌봄서비스를 더욱 확장하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농지의 한계 때문에 용도변경을 하지 않고서는 신축이 불가능한 상태다. 언제 간 이런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진천형’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재택의료센터는 건강보험 방문진료 청구기관 수 등을 고려해 2027년까지 시군구당 1개소 이상 총 250곳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재택의료센터 확충하며 향후 재택임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각종 방문형 사업을 어떻게 연계시켜 개인에게 맞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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