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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서 ‘달러 패권’ 흔들…대만發 환율 쇼크에 '탈달러'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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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5.28 09:21:54

대만달러 급등 이후 원·엔 등 亞통화 동반 강세 지속
"달러 자산 투자금 아시아로 역류중…본격화 가능성"
탈달러 가속화…역내 결제망 구축·대안 통화 확대 등
트럼프 관세 결정적…대체통화 없어 불확실성은 여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대만달러가 미 달러 대비 급등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주요 통화들이 동반 강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사진=AFP)


대만發 환율 쇼크,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팟캐스트 ‘빅 테이크 아시아’를 통해 “아시아에서 달러 패권이 흔들릴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아시아 금융시장과 달러 패권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각국의 대응을 심층 진단했다.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경 대만달러는 미 달러 대비 2% 급등했고, 장 마감까지 3% 상승해 1988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이었던 대만달러가 크게 흔들리면서 한국 원, 말레이시아 링깃, 일본 엔 등 아시아 주요 통화도 1~3% 동반 강세를 보였다. 홍콩 당국은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는 등 당시 역내 외환·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후엔 구조적인 달러 약세·아시아 통화 강세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이날도 달러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대만달러는 특별한 급등락 없이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 및 이에 따른 무역협상, 미중 갈등 격화, 역내 자본 재배치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세가 결정적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달러 보유·운용 전략에 큰 변화를 촉발했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아시아의 자산운용사·연기금·보험사 등이 미 달러 자산에 투자했던 돈을 자국으로 다시 돌려놓는 큰 흐름 이른바 ‘리패트리에이션’(repatriation)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간 축적한 달러 자산이 역류하는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의 마이클 완 통화전략가는 “대만달러 급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대만 생명보험사들의 환헤지(달러 자산 청산 및 자국 투자) 활동 증가”라며 “수출기업들의 달러 예치금 환전, 낮은 시장 유동성 등이 이런 움직임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싱가포르 외환시장 전문기자인 루스 칼슨은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지금 아시아 외환위기의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아시아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본이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리며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달러 자산을 팔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탈달러 가속화…역내 결제망 구축·대안 통화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이후 아시아 전반의 탈(脫)달러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아세안 6개국(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베트남)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역내 통화 결제·QR코드 결제망 구축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역내 교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높이고, 중국 위안, 일본 엔, 유로 등 대안 통화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 결제 비중은 이미 대외 거래의 47%까지 늘었으며, 브릭스(BRICS)와의 연계 결제 시스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미국발 관세 변동성이 워낙 커서, 아세안은 통화 독립성과 역내 통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중심 체제가 흔들리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통화정책 자율성 확대, 환율 변동성 완화, 역내 무역·투자 활성화 등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JP모건, 피터슨연구소 등은 “아시아 각국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금·유로·위안 등 대체자산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달러 비중이 70%→60%로 하락했고, 향후 50%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명확한 달러 대체통화 없어 불확실성은 여전

달러 약세와 역내 통화 강세는 수출기업들엔 타격이지만, 수입물가 하락과 소비자 구매력 증대 등 긍정적 효과도 있다. 대만 최대 수출기업 TSMC는 “대만달러가 1% 오르면 영업이익률이 0.4%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지만, 현지 소비자와 해외 자산 보유자, 관광객 등은 환율 강세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달러를 완전히 대체할 통화나 자산은 없다. 유로·엔·위안 등도 규모·신뢰·유동성 측면에서 달러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아시아 금융시장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것은 분명하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는 “아시아의 탈달러 흐름이 본격화하면 글로벌 무역·금융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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