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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통화 정책 수장인 이 총재는 “저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주 의견을 밝히다 보니, 때때로 ‘한국은행 총재가 오지랖이 넓다’는 농담 섞인 말을 듣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지속가능성 문제는 단순히 정책적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일상 전반에 걸친 현실적인 과제”라며 연설에 나섰다.
이날 이 총재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과제로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우리나라가 심각하게 겪고 있는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꼽았다.
우선 이 총재는 “기후변화는 수출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고, 이미 우리의 일상과 다양한 국내 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감축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4월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 세계 평균이 톤당 약 30달러, EU는 60달러에 달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 총재는 “이처럼 가격이 과도하게 낮으면,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90%에 달하는 무상 할당 비율(Free Allocation Rate)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배출권 총량(Cap)도 점진적으로 줄여 기업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유인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한국에서 더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로 OECD 최저 수준이다. 이 총재는 “현재의 초저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부채 폭증, 그리고 사회갈등의 심화라는 불가피한 종착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면서 “최소한 출산율을 OECD 평균 수준인 1.4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저출생·고령화의 원인에 대해 이 총재는 “취업·주거·양육에 대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불안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라면서 “강남 중심의 교육 환경 등으로 일자리와 교육이 수도권에 집중되며 지방 소멸 위기가 심화한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전략적 인프라 투자로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거점도시 육성’과 지역별 균형을 고려한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총재는 “한은도 금융정책을 통해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고,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논의를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