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은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된다. 일반 국민은 1인당 최대 25만원, 차상위계층은 4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인구소멸지역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최대 52만원까지 지급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최대 208만원까지 수령 가능하다. 소득 상위 10%에게는 15만원만 지급한다.
정부는 민생지원금이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늘어나는 재정적자 규모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비효율적인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지원금은 경기 부양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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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한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제 효과를 보면, 지원금 ‘10’이 지급됐을 때 소비진작 효과는 ‘3’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적었던 지역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매출 증가가 더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이번 민생지원금은 당시보다 소비진작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원금 소비 효과를 제약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미루, 오윤해 연구위원이 2020년 12월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지원금 재원의 약 20~40%가 신규 소비로 이어졌지만, 나머지는 기존 소비를 대체하거나 저축으로 흘러갔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5월 1차 재난지원금을 14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해, 1인 가구 40만원~4인 이상 가구 100만원을 차등 지급했다.
카드 매출 자료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했던 업종에서 약 4조원의 매출 증가가 발생했다.
김미루 연구위원은 “카드 매출 4조원 증가는 투입된 재원 대비 약 30% 내외의 소비진작 효과를 의미한다”며 “이 같은 소비 증가 효과는 해외 선행 연구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오윤해 연구위원은 “재난지원금이 소비쿠폰 형태로 지급됐음에도 소비진작 효과가 30%에 그친 것은, 지원금을 먼저 사용한 후 본래 지출하려 했던 소득을 저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효과는 장기간 지속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한 달 동안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지만, 이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일시적으로 소비를 앞당기는 ‘이연소비’ 현상도 확인됐다.
김 연구위원은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사용 가능 업종 소비가 크게 증가한 만큼, 이후 소비 감소는 미래 소비를 앞당겨 사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원금은 응급처방일 뿐, 근본 문제 해결 못 해”
남재현 부산대 교수와 이래혁 순천향대 교수가 분석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소득 분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가구 지출이 감소했으나,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인 5월부터 소비가 반등했다.
특히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는 5월 가구 지출 증가 폭이 뚜렷했지만, 고소득층인 4·5분위는 눈에 띄는 소비 증가가 없었다. 이는 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가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남 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재정 지원은 필요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고소득층일수록 자녀가 많아 재난지원금 수령액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소득 계층별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지원금 지급의 한계도 명확하다. 장우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필요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점이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
장 연구위원은 2020년 5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비 행태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비가 늘어난 업종에서는 매출 증가가 뚜렷했지만, 소비가 감소한 업종은 지원금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종 전체로 보면, 1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월별 매출이 7.8% 감소할 상황에서 오히려 17.5% 증가했다.
전자, IT, 이커머스 등 비대면 업종은 2020년 매출 증가율이 17.2%였으며, 정책 지원에 힘입어 추가 매출이 21.7% 증가했다. 반면 여행, 음식점 등 코로나19 피해 업종은 매출이 23.4%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는 14.2%에 그쳤다.
정부는 이 같은 쏠림 현상을 우려해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제한했지만, 소비 여력이 주로 특정 업종에 집중된다는 한계는 여전했다.
장 연구위원은 “재난지원금은 의료로 비유하면 응급처치에 해당한다”며 “일시적인 경기 회복에는 일정 부분 기여하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은 만능이 아니다”라며 “긴급 상황에서 피해가 큰 집단의 영구적 피해를 임시적으로 막아주는 응급대응 수단인 만큼, 정규 재정정책과 연계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