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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외교문서 보니…"민감국가는 한미 장애요인"

김인경 기자I 2025.03.28 09:12:50

당시에도 지정이유는 구체적으로 몰라
''핵 정책 우려 반영'' 추측 속 대안 논의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30년 전 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명단에 올랐을 당시, 우리 정부는 이를 ‘한미협력의 장애요인’이라 판단하고 해제에 총력을 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또 외교부는 ‘핵관련 기술, 민감기술과 시설을 보호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30년 만에 공개한 1993~1994년 외교문서[외교부 제공]
미국은 1981년 1월 민감국가 제도를 처음 시행하면서 한국을 포함했다가 1994년 7월 제외한 바 있다.

28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는 1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에서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서 삭제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한다는 계획 아래 대응 논리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는 “한국을 북한과 같이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며 앞으로의 양국간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요인으로 간주된다”는 인식 아래 미국을 설득하기로 했다. 미국은 30년 전에도 한국을 왜 민감국가로 지정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대책회의 자료를 보면 과기공동위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여러 이유들(핵비확산, 국내불안정, 테러리즘 등)이 나열되어 있으나 한국이 어떤 이유로 민감국가로 지정되었는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고 기술됐다.

핵 비확산 등 다른 정치적·정책적 이유가 있다면 다른 채널로 다루는 게 낫겠지만, 무슨 이유로 지정됐는지 몰라 DOE도 참석하는 한미 과학기술협력 대표 협의체에서 제기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교부 내부 검토 자료에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70년대 한국의 핵정책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적힌 데서 보듯 박정희 정부 당시 추진한 독자 핵무장이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의 배경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정부 내 대책은 한국의 핵포기 의지를 강조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이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핵연료 재처리 및 농축시설 보유를 포기한 점을 부각하자는 것이다.

현재도 미국은 한국을 ‘민감국가’에 기재한 이유를 기술보안상 이유라고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 사유는 말하지 않고 있다. 다만 독자 핵무장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이 과거 민감국가 명단 해제를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은 연구자들이 DOE 본부와 산하에 있는 수많은 연구시설에 방문할 때 더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당시 DOE가 어떤 심사 절차를 적용했는지도 과거 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우리 정부가 정리한 DOE 내부규정을 보면 당시 민감국가 국민은 DOE나 산하 연구소 방문시 “일정 기한 내 신청서 제출, 개인신상검사, 특별보안계획 실시 등 여러 면에서 엄격한 절차”를 적용한다.

미국은 “방문 기여도·중요도, 국제적 합의 존재 여부, 첩보 행위 위협, 보안계획의 신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인 여부와 기간을 결정하게 된다.

당시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한국의 핵활동 동향을 예의주시했던 정황도 이번 외교문서에서 발견됐다.

정부가 1993년 12월 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 만찬회 연설을 정리한 요지를 보면, 로드 차관보는 한 달 전 한미정상회담 당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노력에 합의했다”며 “‘철저함’이란 핵확산 위협이 완전히 해결되고 한국 및 북한의 핵활동에 있어 투명성이 보장되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총 2506권 38만여 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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