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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서 본 '옷'의 미래…‘지속가능 패션’ 이정표[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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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5.07.29 07:00:00

日‘리유니클로’ 중고 의류 시범판매 ‘눈길’
‘사시코’ 자수로 옷에 새생명 불어넣기도
‘리사이클링 다운’ 등 소재에서도 재활용
고객반응 즉시 반영 ‘아리아케 프로젝트’ 효과
친환경 인식 저조했던 패션, 유니클로 행보 ‘의미’

[도쿄(일본)=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007년 문을 연 도쿄의 유니클로 세타가야 치토세다이점. 일본내 최대 규모(3000㎡) 매장 중 하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초록색 ‘리유니클로’ 간판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곳엔 과거 유니클로 초창기 로고를 부착한 특별한 의류들이 모여있었다. 유니클로가 일본내에서만 시범 운영 중인 ‘중고 의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중고 유니클로 의류를 세탁하고 또는 재염색하면서 ‘새생명’을 부여한 것이다. 이 중고 의류의 가격은 기존 유니클로 제품들의 대략 40%(품목마다 상이) 수준. 중고 의류가 아닌, ‘빈티지’ 유니클로 제품이란 느낌이 더 컸다.

현장에서 만난 유니클로 관계자는 “1999년도 유니클로 초창기 제품 등 옛날 로고를 부착한 제품들이 있는데, 이를 직접 구매하러 오는 고객들이 꽤 있다”며 “단순 재염색뿐만 아니라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옷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세타가야 치토세다이점에 구성된 중고 의류 판매 공간. (사진=유니클로)
글로벌 제조·유통 일괄(SPA) 업체 유니클로가 ‘지속가능 패션’ 생태계를 위해 실험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 ‘재활용’과 ‘재사용’을 중심으로 옷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유니클로만의 프로젝트, 리유니클로가 이를 대표한다. 본질적으로 환경과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는 패션산업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유니클로만의 실험이다.

28일 방문한 세타가야 치토세다이점에선 중고 의류 판매와 더불어 옷의 수명을 늘려주는 ‘사시코’(일본 전통 수선기법)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었다. 옷의 손상 부위를 원하는 디자인의 자수로 덧입히면서 단순 보수를 넘어 새로움을 전달한다. 디자인적으로 고객 반응도 좋다. 현장 관계자는 “단골 중에는 한국 고객도 있는데 수십만원을 사시코에 쓰는 등 호응이 좋다”며 “각 지점마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자수 디자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리유니클로’의 일환으로 옷의 손상 부위를 자수로 보수하는 ‘사시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니클로)
유니클로의 지속가능 패션 실험은 소재를 재활용하는 것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섬유기업 일본 도레이와 함께 개발한 ‘리사이클링 다운(솜털) 재킷’이 대표적이다. 유니클로는 매장에서 수거한 옷 중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난민캠프나 긴급재해 구호 등에 쓰고, 활용하기 어려운 옷들은 연료나 소재로 사용한다. 유니클로 리사이클링 다운 재킷은 2019년부터 옷을 수거해 2020년 첫 출시했다.

일본 시가현에 위치한 도레이 세타 공장은 유니클로 리사이클링 다운 재킷을 만드는 핵심 시설이다. 이곳에선 과거 일일히 손으로 다운을 분리했던 작업을 전자동 기기 개발로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오카 나오키 도레이 엔지니어링 개발센터 관계자는 “리사이클링 다운 재킷을 만들기 위해선 기존 다운을 손상없이 꺼내는 것이 중요한데, 전자동 기기를 도입해 월 8만벌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며 “재활용 다운 수거 설비는 유니클로 리사이클링 다운 재킷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레이 세타공장에서는 유니클로의 리사이클링 다운 재킷을 만들기 위해 전자동 다운 분리기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사진=유니클로)
지속가능 패션은 유니클로만의 철저한 재고 측정도 한 몫을 한다. 과도한 재고는 결과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잉여 의류를 만들게 된다. 기업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도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유니클로는 매장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달하고, 주단위로 재고와 수요를 분석해 수시로 물량을 보충하는 전략을 쓴다. 이를 위해선 고객들의 반응을 즉시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이끄는 것이 2017년 시작한 ‘아리아케 프로젝트’다.

유니클로는 2017년 도쿄 오다이바 지역에 1만 8750㎡ 규모의 신사옥을 구축, 주요 조직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고객 반응을 최대한 빠르게 흡수하고,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유니클로 내부에선 이를 아리아케 프로젝트로 부른다. 실제 유니클로 신사옥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거리낌없이 서로 소통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객의 소리(VOC)를 모으는 고객센터부터 스튜디오 촬영, 제작, 마케팅까지 대부분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유니클로 고객센터 관계자는 “인하우스 고객센터는 야나이 타다시 회장의 철학”이라며 “단순 고객응대가 아닌, 이를 취합해 어떻게 매장과 제품을 바꿀지 고민하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 오다이바 지역에 구축된 유니클로 신사옥 내부. 건물 내부엔 직원들이 자유롭게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을 다수 배치했다. ‘아리아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사진=유니클로)
그간 패션업계는 친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산업으로 꼽혀왔다. 최신 유행을 빠르게 반영해 대량 생산·유통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매년 팔리지 않은 수백만벌 이상의 의류가 매립 또는 소각돼서다. 소재 역시 저렴하고 내구성 높은 합성섬유에 의존하는 것도 한 이유다. 폴리에스터만 해도 전체 의류 소재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런 측면에서 유니클로의 지속가능 패션 생태계를 위한 도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금 당장의 매출에 연연하는 게 아닌, 산업의 미래를 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행보는 국내 패션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니클로는 오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 관련한 공급망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대비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환경에 취약했던 패션산업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전체 산업이 가야할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소비자들도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저조한데, 이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패션산업이 해야할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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