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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14일 사장 공모에 신청한 10여 명 중 2차 면접 심사 대상자 6명을 선정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열흘간 진행된 공사 사장(기관장) 공모에는 총 1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심사(1차)로 면접(2차)에 나설 2배수 후보(6명)를 추리고, 면접 심사를 통해 선발한 최종 후보 3명 중 1명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선임하도록 돼 있다.
◇전문성 외면한 친여권 인사 대거 포함
2차 면접 대상에는 공모 단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부 기자 출신의 2선 국회의원, 유인촌 장관의 첫 장관직 시절 문체부 기획조정실장과 1차관을 역임한 행정 관료,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을 지낸 언론인 출신 인사,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뒤 글로벌 홍보 컨설팅사 대표를 역임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장 등이다.
이들 모두 보수 정당 계열에서 활동했던 친여권 인사들로 관광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관광 업계 현실과 여론을 외면한 채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정치색만 고려한 ‘졸속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되려면 관광 마케팅보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 역량이 필수라는 비아냥 섞인 지적도 나온다.
특히 관광 업계에서는 공사의 주요 역할인 관광 마케팅과 인바운드 여행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전문가가 사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중견 인바운드 여행사 대표는 “공사 사장을 선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이라며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반복적으로 사장직을 맡을 때마다 여행업이 홀대받는 기분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에 선임될 사장이 정권이 바뀔 경우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정부 기조가 변할 가능성이 높아 정치 성향이 다른 사장이 원활한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학계 전문가는 “중도 사임이든 해임이든 결국 그로 인한 공백과 혼란의 피해는 관광 업계와 국민이 떠안게 된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공석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산하기관장 자리를 전관예우 등 ‘제 식구 챙기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급상 차관급인 공사 사장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역대 12명 사장 가운데 4명이 문체부 차관 출신이다. 누구보다 전문성을 강조해야 할 주무 부처가 정치권 눈치 보기에 급급해 관광 분야 경력이 없는 비전문가를 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력 후보군 중 문체부 출신 인사의 경우 대부분이 스포츠와 문화예술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어 관광 정책을 총괄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1962년 한국관광공사 출범 이후 단 한 명의 내부 출신 사장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장 공모에 참여하려던 공사 출신 인사들은 전 국회의원, 전 문체부 차관 등 내정설이 돌면서 단 1명만 지원했고 그나마도 1차 서류심사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같은 해 출범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코트라(KOTRA)는 2005년 내부 출신 사장을 배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내부에서도 “전문성을 외면하는 구조에서는 앞으로도 내부 출신 사장이 나오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공사 사장 인선을 정치적 고려가 아닌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관광 업계에서도 “관광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사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