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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글리프론은 위고비, 젭바운드 등 블록버스터 주사제인 ‘GLP-1’ 약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에 사용했으나 GLP-1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약으로 더 많은 각광을 받았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릴리가 당뇨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연구 7건 중 첫 번째 연구로, 릴리는 2형 당뇨병 환자 559명에게 40주간 오포글리프론 혹은 위약(가짜 약)을 매일 투여했다.
이 약의 효능 평가를 위한 1차 평가지표는 ‘혈당(당화혈색소·A1C) 감소’로, 오포글리프론을 매일 3㎎, 12㎎, 36㎎ 복용하는 그룹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하자 당화혈색소가 1.3~1.6% 줄었다.
2차 평가 지표였던 ‘체중 감소’에선 더욱 유의미한 성적을 냈다. 하루 한 번 오포글리프론 3㎎을 복용한 환자들은 40주 후 평균 4.7%(4.4㎏), 12㎎ 복용군은 평균 6.1%(5.5㎏), 36㎎ 복용군은 평균 7.9%(7.3㎏) 체중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오포글리프론 12㎎, 36㎎ 용량이 통계적으로 가장 높았다.
릴리 측은 “기존 GLP-1 주사제인 ‘위고비(Wegovy)’, ‘마운자로(Mounjaro)’와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동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체중 관리 목적으로 허가를 신청하는 한편 내년에는 당뇨병 치료로 신청할 예정이다.
기존에 화이자, 암젠 등이 경구용 비막 치료제에 도전했으나 부작용 등으로 중단된 상태여서 릴리의 뚜렷한 성과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1주일에 한 번 주사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이 병원 처방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가운데 오포글리프론은 하루 한 번 알약을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특수 주사기에 주입해 냉장 보관해야 하는 주사 제형 대비 생산과 유통이 빠르게 편리해져 약값이 저렴해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로써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다면 상용화는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설사, 변비,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위고비 등을 처방받은 후 이같은 부작용을 토로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고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시장 조사 기관 모건 스탠리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205조 원(144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릴리의 임상 성공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라면서도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부작용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안전성’이 최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