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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주민과 폭행 시비"…봉천동 방화범, 층간소음 갈등 정황

이영민 기자I 2025.04.21 13:15:42

화재 현장에서 남성 용의자 숨진 채 발견
경찰 CCTV로 방화 정황 확인
이웃들 노후 아파트 층간소음 다툼 증언

[이데일리 이영민 정윤지 기자] 방화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가 평소 층간소음을 비롯한 다른 이웃과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성 용의자도 과거 이 아파트의 거주민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4층에서 2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해 소방이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2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과 관련해 해당 아파트 4층에서 발견된 남성 A씨가 용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4층 복도에서 발견된 A씨는 기름통이 든 오토바이를 끌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한 뒤 화재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거주지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 화재가 있기 15분 전 A씨는 아파트로부터 직선거리 1.4㎞ 떨어진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도 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그는 아파트 4층에서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도구로 불을 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저녁에 피해주민과 용의자가 폭행 시비가 있어 신고가 접수됐다”며 “상호 시비였고 처벌 불원서를 써서 형사처벌은 안됐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도 평소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빈번했다는 이웃 주민의 증언이 잇따랐다. 범행이 벌어진 아파트에서 3년 넘게 근무한 경비원은 “4층 사모님이 1년 넘게 층간소음으로 아랫집이랑 싸웠다”며 “한참 그러다가 3층 남자가 이사를 가고 화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4층 말고 5·6층에서도 아랫집에서 뭘 두르리는 소리가 난다고 민원을 넣었다”며 “사실 소음문제가 많았다. 아파트를 허물 때가 됐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몇 년 전에도 소음 때문에 경찰이 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6년째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 장모씨는 “이 아파트가 원래 엄청 오래되고 벽이 워낙 얇아서 층간, 옆집 이웃 간 싸움이 흔했다”며 “서로 죽이네 마네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화가 발생한 아파트 3층에 사는 거주민은 “평소에 욕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작년 11월에 퇴거해서 나갔다”고 했다. 이어 “(용의자가) 3층에 살았을 때 저도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날 화재로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2명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4층에서 전신에 화상을 입고 1층으로 떨어졌다. 소방은 6명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고, 화재 연기를 흡입한 7명을 현장에서 조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현장에 소방차 63대와 소방인원 206명을 배치해 오전 9시 54분쯤 불길을 완전히 진화했다.

화재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피해 아파트 주민인 황모(76)씨는 “4층에 다친 아주머니랑 복지관에 같이 다녔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며 “불이 났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손녀가 전화하고 나서야 알았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황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중년여성은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며 “장애인과 노인만 사는 곳인데 밤에 불이 났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아파트 현장에서 정확한 화재원인과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21일 방화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용의자가 이끌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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