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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의 무책임, 민주당의 무분별, 최상목의 무기력[전문기자칼럼]

김정민 기자I 2025.05.02 08:00:00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 무책임한 한덕수, 무분별한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무기력한 최상목. 대한민국 국정 상황을 함축하는 세 단어다.

리더십의 붕괴, 무책임의 악순환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책임지던 자리에서 사퇴했다. ‘더 큰 책임의 길’을 가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당장 국정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떠나는 그에게 누가 더 큰 책임을 맡길 것인가.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수행한 마지막 업무가 최 부총리 사표 수리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을 짊어진 민주당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의 후임 권한대행을 맡을 예정이던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탄핵소추하며 국정을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을 빌미로 한 탄핵 추진은 법리적 정당성을 떠나 정치적 셈법이 앞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는 정치적 공세와 탄핵의 압박 속에서도 끝까지 국가 경제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야 했다. 그는 무기력하게 자리를 떠남으로써 국정 공백을 키웠다.

한덕수는 떠났고, 최상목은 물러났다.

혼돈에 빠진 정치는 대한민국 경제를 흔드는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한 총리와 최 부총리는 경제 사령탑으로서 경제 정책을 총괄하며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인 한미 통상협상을 이끌어 왔다.

두 사람이 비운 자리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떠안게 됐다. 당장 발등의 불인 한미 통상협상부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달 중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방한해 장관급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번 미국에서 열린 협상 때는 최상목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테이블에 앉았다. 경제학자 출신이지만 주로 교육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 부총리가 통상협상을 이끄는 상황을 미국 정부가 어떻게 이해할 지 의문이다.

경제 상황 또한 녹록치 않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2% 감소하며 2024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통상환경 악화, 내수 둔화, 고금리에 따른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경제 사령탑의 공백은 대외 신인도 하락, 경제 정책 실행력 저하, 대외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명분에 집착한 탄핵과 국정 운영 책임자들의 책임 회피가 국가 경쟁력마저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물러서지 않고, 다른 이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며, 끝까지 국민이 부여한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데 있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대전 중 하버드대 연설에서 말했다.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이다.” (The price of greatness is responsibility.)

지금 대한민국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책임의 의미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리더의 자리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권력이 아닌, 국민의 신뢰와 미래에 대한 책임이다. 그 책임을 외면하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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