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편중 포트폴리오 재편하는 운용사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가 더 이상 세계를 지배하지 않는다면 투자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달러와 미국 주식이 더 이상 함께 오르지 않는다면 미국인들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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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WSJ는 미국 주식에 계속 투자하되 환 리스크를 헤지하거나 저평가된 가치주에 대한 노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WSJ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극도로 큰 상황에서 장기적인 수익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모든 전략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이 순간 분산 투자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라고 조언했다.
◇ 달러 가치·美주식 같이 오르던 전성기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지난 3~4일 전 세계 증시는 폭락했다. 뉴욕증시의 경우 지난 이틀간 대형주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 500) 지수가 10.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11.4% 하락했다.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만 5조 4000억 달러(약 7900조원)에 달한다.
지난 15년 동안 일명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이하 M7) 같은 기술주들이 뉴욕증시 랠리를 주도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 15년간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는데, 지난해 12월에는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46배를 넘기도 했다.
여기에 강달러 현상까지 더해 환헤지 없이 미국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더 큰 수익을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S&P500은 380% 상승했는데, 유럽 투자자들이 환헤지 없이 같은 지수에 투자했다면 약 490%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달러가 유로 대비 20% 올랐기 때문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유로존 주식은 같은 기간 유로 기준 220% 올랐지만 달러 기준 15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엔화 기준 300% 올랐지만, 달러 기준 160%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연금(401k)에 적극적 포함하지 않았다고 WSJ는 짚었다.
통상 강달러는 미국 주식에 악재로 작용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7년 동안은 달러 가치와 미국 주식은 함께 움직였다. 이 시기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게 됐고, 미국 소비자들은 정부의 재정 지출, 기술 기업들의 성장 등으로 인해 강한 소비를 이어갔다.
WSJ는 “‘미국 예외주의 거래’의 전성기”라면서 “기술주뿐 아니라 환율에 민감한 종목들까지 광범위하게 미국 주식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 신흥국으로 자본 유입될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향후 약달러와 미 주식 하락이 동시에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 정책을 선호하면서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패권’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동시에 그는 ‘관세 무역전쟁’을 시작해 주식 시장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직후와 유사할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미국과 기술주에서 등을 돌렸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은 신흥국 국가로 자본이 유입됐다. 약달러는 신흥국의 재정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WSJ는 “그때와 달리 오늘날 세계 대부분은 미국보다 훨씬 더 무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이 대규모 저가 상품을 우회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타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