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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할 일은 딱 하나, '결정'[문코치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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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7.30 07:30:00

■조직문화를 깨우는 리더십 인사이트(16)
자포스 사례가 보여준 리더 없는 조직의 한계
''수평적 관계''와 ''수직적 결정구조'' 분리해야

[문성후 원코칭 대표코치] 인공지능(AI)에 ‘수직적 리더십’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통제, 강압, 관리’ 이런 단어들이 뜹니다. ‘수평적 리더십’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율, 창의, 소통’ 이런 단어들이 뜹니다.

인공지능조차도 수직적 리더십에 대해 편견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직적 리더십에는 부정적입니다. 반면, 수평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바람직한 리더십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수직과 수평으로 리더십을 이분법적으로 볼 것이 절대 아닙니다. 왜냐하면 수평적 리더십과 수직적 리더십에는 섞여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의사결정 구조와 인간 관계가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혼재되어 있는 리더십의 두 요소를 분리하지 않으면 수평적 리더십은 관계도 허술해지고, 결정도 만장일치에 따르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수평적 리더라고 해서 리더가 좋은 사람이 되고, 권한도 모두 위임하거나 심지어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평적 리더십에도 일정하게 지켜져야 하는 원칙들이 있습니다.

자포스라는 신발회사가 있습니다.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셰이는 기존의 위계적 구조를 없애고, 자율적 ‘역할중심’ 조직인 ‘홀라크라시(Holacracy)’를 2013년에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는 직책과 직함 없이 자율적 팀(서클)간에 논의하고 합의해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 조직 구조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수평적 리더십의 표본으로 생각이 듭니다. 모두 동등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니 서로 합의해서 창의성과 책임감을 발휘하고 협업을 강화하며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력을 갖출 수 있는 조직으로 보입니다. 실제 운영했을 때 결과는 어땠을까요?

첫번째로 회의가 무척 많아졌습니다. 잦은 회의로 인해 피로감과 업무 비효율이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우선 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소통과 조율을 하기 위해 회의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둘째, 2015년 CEO인 토니 셰이는 직원들에게 홀라크라시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발적 퇴사 패키지를 제안했고 무려 약 18%의 직원이 퇴사했습니다. 이러한 퇴사는 핵심인력의 이탈로 이어졌습니다.

셋째, 중간 관리자가 사라지며 경험과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상실되었습니다. 당연히 조직 내 리더십 육성이 어려워지며 맨 파워가 약해졌습니다.

넷째, 명확한 KPI나 관리체계가 부족해 성과 추적이 어려워졌습니다. 즉, 누가 무엇을 해서 성과를 내야하는지에 대해 역할이 애매모호해지며 성과를 측정하기도, 추적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문제들보다 가장 심각해진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결정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불명확해졌고, 의사 결정이 지연되었습니다. 리더를 없앤 실험적 제도속에서 이제 결정할 사람인 리더가 가장 필요해지는 역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자포스는 그후 아마존에 인수되었고, 홀라크라시는 예전과 같이 활발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조직에는 각자의 또렷한 역할이 있어야 하고, 결정을 할 리더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리더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책에서 리더의 5가지 역할을 강조하였습니다. 자극, 도전, 결정, 도달, 조력 이렇게 5가지의 역할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결정’입니다.

리더는 다른 역할은 내외부의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매번 전력을 다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는 매번 최선을 다 해야 하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결정’입니다. 작은 결정들이 모여 결정의 총합을 이뤄 큰 결정이 되기에 리더는 작고 사소한 결정 하나 놓치치 말고 세심히 해야 합니다.

수평적 리더십이라고 해서 리더에게 결정까지 놓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에린 메이어라는 교수가 그린 ‘리더십 문화 지도’에 보아도 미국, 영국,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들은 관계는 평등해도 결정은 리더가 합니다. 리더가 할 일 딱 한가지, 결정입니다. 이것만 잘해도 리더는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겁니다.

■문성후 대표 △경영학박사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 △연세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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