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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이 같은 국산둔갑 우회수출 적발 사례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3월 295억원 상당의 제품을 우회 수출하려는 4건의 사례가 적발됐다. 이중 285억원 상당의 3건은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미국에 수출하려는 사례였다. 지난해 연간으로 총 348억원 규모 10건이 적발됐는데, 올해는 4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액수 기준 85%에 육박하는 적발 사례가 나온 것이다. 특히 대미국 우회수출 적발 규모는 지난해 4건 217억원 규모였는데, 올해는 3개월 만에 적발 액수가 지난해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대체로 중국 사업자가 미국 등 주요국의 고율 관세를 회피하고자 자국 제품을 한국 사업장으로 들여와 라벨을 갈거나 서류를 위조는 식으로 국산으로 둔갑시킨 후 다시 수출하는 식이다. 한 중국인은 미국의 중국산 통신·영상 보안장비 수입 규제를 회피하고자, 중국에서 193억원 상당의 지능형 CCTV 19만점을 부분품 형태로 국내에 수입한 후 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수출하려다 올 3월 당국에 적발됐다.
이 같은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 압력을 강화하며 중국과 극한 대치 중인데다,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품목·국가별로 관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과거엔 한국 제품 프리미엄을 노리고 원산지를 우리나라로 둔갑해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국가별 상호관세와 수입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본청 특조단을 중심으로 전국 본부세관에 8개 전담 수사팀을 운영하며 아 같은 시도를 차단할 계획이다. 국가정보원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관세국경보호청(CBP) 등 당국과 한국철강협회·한국가구산업협회 등 업계와의 공조도 강화한다. 관세청은 21일 서울본부세관에서 이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정보공유 협력체계를 논의했다.
고광효 관세청 청장은 “외국 제품의 원산지 둔갑을 통한 우회 수출은 정상적인 우리 수출물품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수입국의 비관세장벽 확대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점검하고 단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