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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잉스퀘어는 다소 생소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패션 분야의 도매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개한다. ‘카탈로그 샵’이라는 플랫폼으로 기존 브랜드가 바이어 대상으로 제공하는 ‘라인시트’(도매 상품 리스트)를 카탈로그화했다. 마치 B2C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쇼핑하듯 도매 주문을 연계하는 모델이다. 과거 패션 도매 분야에선 일일이 엑셀 작업으로 상품 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선진화되지 못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를 디지털·플랫폼화 한 것이다.
현재 글로벌 공급사 170여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유통사와 이커머스 200여곳에 도매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구찌,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부터 국내 신진 브랜드까지 3300개 브랜드의 라인시트를 제공한다. 2019년 창업 이후 5년 만인 지난해누적 거래액이 14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엔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K패션 브랜드들의 판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바잉스퀘어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K패션 브랜드를 알리고 도매와 소매 거래를 동시에 일으키는 게 목적”이라며 “지난해 뉴욕 브루클린에 옴니채널 도매 사업을 위한 B2B 쇼룸 ‘바이브 트웰브’를 오픈했는데, K패션 브랜드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식품 분야에도 도매 이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올해 식품 이커머스 1호 상장에 성공한 축산 도매 플랫폼 업체 미트박스(475460)글로벌은 플랫폼을 통해 1차 도매상과 소매업자간 직거래를 연결한다.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면서 정육점과 식당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어 지난해 매출 1103억원을 기록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과거 거래 기준이 명확지 않았던 축산 B2B 시장에서 고객들이 ‘가격’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 탄생했다. 플랫폼에 축산물 도매 시세를 공개하고 가격 정보를 전달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국내 축산시장에서 기존 거래 관행을 깨고 도매 시장을 투명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자체 데이터를 가공한 사업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 ‘미트박스 인사이트 테크 서비스’(MIT)가 대표적인데, 축산시장 관련 예측 지표를 데이터로 추출해 ‘미트박스 인덱스’란 명칭으로 고객들에게 제공 중이다. 축산 업계 사업자들이 축산물 시세 등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티메프, 올해 발란 등이 잇따라 미정산 사태를 불러일으키면서 신뢰도와 이미지가 상당히 추락한 상황이다. 대부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플랫폼이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B2B 도매 이커머스 플랫폼은 오히려 뚝심 있는 사업 전개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기존 도매 시장의 거래 관행을 투명하고 편리하게 바꾸면서 산업 성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B2C 이커머스 플랫폼은 진입 장벽이 낮은 터라 최근 몇년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요근래 구조조정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B2B 플랫폼의 경우 시장을 잘 알아야하는 만큼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존 거래업체들을 설득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지만 잠재성이 큰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B2B 플랫폼의 역할이 분명하고 연계 요소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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