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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바꿔치기·양부모 부실 심사…해외입양 과정서 인권침해 확인

손의연 기자I 2025.03.26 11:00:00

진실화해위, 해외입양 아동 인권침해 진실규명
입양인 367명, ''정체성 알 권리'' 침해당했다…조사 신청
허위 기아발견신고·적법 입양 동의 無 등 문제 확인
국가 사과·신원정보 조작 피해자 구제·시스템 개선 요구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6·25전쟁 이후 이어진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의 관리감독 부실로 신원 바꿔치기 등 인권침해가 이뤄져 왔다고 26일 밝혔다.



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국가의 총체적 관리·감독 부실로 인한 해외입양 아동 인권침해 진실규명’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사건은 1964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11개국으로 보내진 입양인 총 367명이 조사를 신청한 사건이다. 이들은 해외입양 과정에서 일괄적으로 ‘고아호적(일가창립)’이 만들어지던 중 전혀 다른 사람으로 신원이 변경되거나 기아로 서류가 조작돼 자신의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약 2년 7개월간 진행된 조사를 바탕으로 해외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 △적법한 입양 동의 부재 △허위 기아발견신고 등 기록의 조작 △요식행위인 부양의무자확인공고 △의도적 신원 바꿔치기 △양부모 자격 부실 심사 △후견인 직무 미이행 △양부모 수요에 맞춘 아동 대량 송출 △입양대상 아동 확보를 위한 강제적 기부금 등 문제를 확인했다.

위원회는 그간 입수한 국가기록원, 외교사료관, 서울기록원 등에서 해외입양 자료를 분석하고 홀트아동복지회 등 국내 4대 입양알선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367명 신청인의 입양기록을 확보했다. 관련 공무원, 입양알선기관 및 복지시설 직원, 신청인 친생 가족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위원회는 정부가 한국전쟁 이후 국내 아동복지의 강화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정부의 예산이 필요하지 않은 해외입양을 적극 활용해 왔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외입양의 모든 절차를 민간 입양알선기관에 일임하고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이 해외입양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입양알선기관장이 후견권, 입양동의권 등 아동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도 문제로 제기했다. 입양알선기관장이 알선기관의 부적절한 조치를 방관했고, 국내 요보호아동을 대규모로 해외 송출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외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본래의 신원과 가족에 대한 정보가 소실, 왜곡 또는 허위 작성됐고 해외 송출 이후에도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입양아들은 우리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에 명시된 아동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수십 년간 잘못된 해외입양 관행이 유지됐던 배경엔 국가의 책무 방기가 있었다고 판단해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국가의 공식 사과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조사 및 후속대책 마련 △신원정보 조작 등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 △입양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 △입양인 가족 상봉에 대한 실질적 지원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조속한 비준 △입양알선기관의 입양인 권리 회복 노력 등을 권고했다.

한편 위원회는 27일 오전 9시 30분부터 진실화해위원회 6층 대회의실에서 노르웨이 해외입양조사위원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지고 조사 성과를 공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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