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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공격 성토하는 중국, 중동 정세 개입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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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철 기자I 2025.06.23 11:02:45

中 외교부와 유엔 안보리 대표 “美, 국제법 위반” 비판
관영 매체도 미국 규탄 나서, 중동 내 영향력 확대 견제
원유 수입 차질 우려도 리스브, 안보리 휴전 결의안 제출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이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을 강하게 비판하며 중동 정세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동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미국이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하자 이에 대응해 외교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AFP)


中, 국제사회서 美 비판…“평화·안정” 촉구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푸총 유엔 주재 중국 상임대표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공개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이란 공격을 강력 규탄했다.

푸총 상임대표는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목적과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이란의 주권, 안보, 영토보전을 침해하며 중동의 긴장을 악화시키고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국제사회는 정의를 수호하고 상황을 완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서는 중국이 중동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을 것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총 상임대표는 “이스라엘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즉각 발포를 중단하고 전쟁의 파급을 단호히 피해야 한다”면서 “모든 관련 당사자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무력 사용의 충동을 삼가며 모순을 악화시키고 불에 기름을 끼얹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를 언급하면서 민간인과 민간 시설은 군사 작전의 표적이 될 수 없고 국제인도법의 근간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도 지적했다.

푸총 상임대표는 “현재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수단이 소진되지 않았고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란 핵 문제를 정치적 해결의 궤도로 되돌려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중국 외교부도 전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중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있는 이란과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중국은 분쟁 당사자들, 특히 이스라엘이 가능한 한 빨리 발포를 중단하고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하며 대화와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도 미국의 이란 공격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목적과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미국의 행동은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더 큰 위기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데일리도 전날 사설에서 “불안정한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은 이란의 주권과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을 침해한다”면서 “이러한 일방주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위험한 ‘힘이 곧 정의’라는 선례를 남긴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안도시 네타냐 상공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궤적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AFP)


중동서 영향력 힘겨루기 시작, 해협 봉쇄 촉각

중국이 미국의 이란 공격을 즉각 규탄한 이유는 외부 세력의 직접적인 중동 개입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중동은 미국과 서방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이란 등 주변 국가들과 무력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중동 분쟁이 오래 지속되고 있으나 이전까진 미국과 중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 무력 분쟁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우려한 중국이 즉각 견제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측면에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 가량이 통과하는 길목이다.

이란이 미국 공격을 이유로 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전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있어 여파가 가장 클 것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이 중동 지역의 안정을 촉구하면서 원유 수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환구시보는 “이란에게 이번 공습은 노골적인 도발”이라면서 이란이 원유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목했다. 환구시보는 “전쟁으로 인해 이 경로가 차단되면 국제 유가는 급격히 변동할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 해운 안보와 경제적 안정성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로 중국의 중동 정세 개입도 수순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힘을 합쳐 정의를 수호하며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됐다”면서 중동 정세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미국처럼 당장 적대국을 타격하기보다는 외교적 논의를 통한 방안을 강구할 전망이다. 실제 중국은 이번 사태 후 즉각 러시아, 파키스탄과 함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 민간인 보호, 국제법 준수,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푸총 상임대표는 “중국은 안보리 이사국들이 책임을 다하고 결의안 초안을 공동 지지하며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책임을 다하도록 촉진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다만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결의안은 부결된다. 중국측 결의안을 미국이 반대해 부결되면 중국 입장에선 미국을 성토할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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