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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동의의결 절차 개시 결정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구글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구제, 거래질서 개선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다.
구글은 2018년 6월부터 국내 시장에서 주력 상품인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에 유튜브 뮤직을 묶은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과 유튜브 뮤직 단독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상품만 판매하고,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유튜브 뮤직까지 구매해야만 한다.
공정위는 이같은 구글의 판매 행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국내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제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인지를 조사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조사와 의견청취를 마치고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내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구글은 지난 2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구글은 공정위에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을 출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진시정 방안을 제출했다. 이는 현재 해외에서 출시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와 동일한 상품으로, 유튜브 뮤직이 없는 동영상 서비스만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에게 선호된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는 이달 기준 독일, 멕시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 호주, 캐나다, 태국에 출시된 상태다.
구글의 시정방안이 현실화되면 소비자는 새로 출시되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와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중 기호에 맞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구글은 300억원 상당의 지원책도 내놨다. 신규 구독 상품과 연계한 소비자 후생 증진과 국내 음악 산업,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지원 활동 등이 핵심 내용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제시한 시정방안이 거래질서 개선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공익에 부합하고 시정방안과 상생안이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 비례하고 판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향후 한 달 정도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상생안을 보다 구체화하고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의 기능과 가격, 출시 시점 등이 포함된 최종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속하게 거래질서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었다”며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신규 구독 상품 출시로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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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요건 부합 ‘봐주기’ 아냐…특수성 감안”
공정위는 동의의결로 인한 ‘봐주기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동의의결 절차는 법에서 규정한 요건에 부합해야 시작되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검토해 신중하게 인용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이번 사건은 끼워팔기 사건”이라며 “끼워팔기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시정명령보다 동의의결 방식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끼워팔기 사건은 거래질서 회복을 위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야 되고, 상품 내용이나 가격 등 세부 조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정위 시정명령을 통해 특정 상품을 출시하라고 강제할 수 없지만, 동의의결 절차는 상품 세부 조건 협의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공정위는 반드시 동의의결 절차가 승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국장은 “이론적으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최종 전원회의에서 기각될 수 있다”며 “2023년 6월에 브로드컴 사례 같은 경우 중간 과정에서 동의의결이 기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