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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법 제4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유의미한 진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출국금지를 선제적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하면서도 이를 숨기고 단기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수사 중이다.
김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지자 변호사 업계에서는 검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피의자로 전환된 것도 아닌데 중요참고인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의 출국을 금지한 건 부당한 처사라는 이유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는 증언거부권이 있어서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정보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를 자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출국금지 대상이 된 건 변호인 조력권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수사기관이 법무법인(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은 ACP를 도입해 변호인 조력권 침해를 막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정’ 재판에서는 카카오(035720)가 로펌들과 주고 받은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자문 영역에서도 변호인 조력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기업 자문 관련한 내용이 재판에 노출되고 또 이번엔 출국금지까지 되는 사태를 보고 어떤 변호사가 마음 놓고 변호 활동을 할 수 있겠나”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홈플러스 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 기업회생절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해당 변호사가 출국을 해버리면 수사에 차질을 빚으니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 같다”며 “그런 의미로 볼 때 피의자 전환 가능성도 남아 있어 내막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사 업계에서는 검찰의 제대로 된 출국금지 통고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출국금지 사실을 공항에서 알게 됐는데, 검찰이 해당 사실을 통고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슷한 사안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뒤 법무부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지난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백 대표는 성남FC 비상임 감사였는데, 2022년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조사하면서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이다. 성남FC 사건 조사를 위한 참고인이라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법무부와 검찰의 통고유예 처분은 위법하다며 백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출국금지 자체에 대해서는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쌍방 항소로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