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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 본원 간호사로 일하던 스미스는 올해 2월 극심한 두통과 호흡 곤란을 겪다 에모리대학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그는 결국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스미스는 임신 9주차였다.
조지아주에선 태아의 심장 활동이 감지될 수 있는 임신 6주부터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병원 측은 낙태금지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스미스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 생명 유지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스미스 가족들의 동의는 얻지 않았다. 병원은 스미스의 태아가 최소 32주가 될 때까지 연명의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런 사연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NBC 제휴 지역방송사 ‘11얼라이브’(11Alive)가 지난 13일 단독보도를 하면서 알려졌다.
스미스의 어머니는 “선택권이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선택 자체를 박탈당한 점이 부당하다. 결정은 우리에게 맡겨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소호흡기가 달린 딸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 “고문”이라며 갈수록 고통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병원비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금전적인 문제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머리대병원 측은 입장문에서 “우리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은 조지아의 낙태법과 기타 모든 관련 법률을 준수하면서 개인 사정에 맞는 치료 권고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임상 전문가, 의학 문헌, 법률 자문 등에 따른 중론을 따른다”고 해명했다.
WP는 임신 초기에 뇌사 판정을 받은 임부가 강제 생명유지 조치를 거쳐 건강한 태아를 성공적으로 출산한 사례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뇌사 상태인 임부가 건강한 태아를 출산한 사례들이 보고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임신 6개월쯤이나 그 후에 뇌사 판정이 내려진 경우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조지아주 낙태금지법 통과를 주도하거나 찬성했던 공화당 정치인들 상당수는 ‘발뺌’을 하고 있다. 조지아주 법무장관실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뇌사 상태 환자의 강제 생명 유지 조치를 중단하는 것은 조지아주 낙태금지법에 따른 낙태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조지아주 하원 공보실은 19일 WP에 보낸 입장문에서 조지아주 낙태금지법은 이번 경우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진보성향 언론매체들과 좌파 활동가들이 입법의 의도를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9년에 통과된 이 법을 발의했던 공화당 에드 셀처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AP통신에 에머리대병원이 “합당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강제 생명유지 조치가 이 법의 입법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이한 상황이긴 하지만, 무고한 인간 생명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죽음에 의료적 조력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컴패션 앤드 초이시즈’에서 선임 변호사로 일하는 제스 페즐리는 “이 임신한 사람은 무척, 무척 가슴아픈 방식으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