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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치는 영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다. 명품 브랜드와 부티크가 직접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2018년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무리한 인수합병과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한 해 적자만 1조원을 넘기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1월 5억 달러(한화 약 6800억원, 지분율 80%)에 쿠팡에게 인수됐다.
외연 확장을 노렸던 쿠팡은 파페치를 신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고 지난 한 해 체질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파페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00만 달러(약 400억원) 수준의 흑자를 달성했다. 분기 기준 EBITDA 흑자를 낸 건 처음이었다. 인수 당시 업계에선 파페치의 흑자전환까지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1년만에 이를 이뤄냈다.
이번에 알럭스에 파페치가 연동되는 건 쿠팡의 명품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여서 관심을 모은다. 파페치를 통한 명품 패션 제품들은 알럭스 애플리케이션(앱)내 ‘패션’ 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4대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시즌 상품들도 포함돼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알럭스는 이번 연동을 통해 글로벌 명품은 물론 ‘우영미’, ‘아더에러’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폭넓게 선보일 방침이다.
스티븐 에글스턴 파페치 최고커머셜책임자(CCO)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명품 시장 중 하나”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더 많은 고객과 브랜드 파트너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자체 물류 경쟁력을 활용해 명품의 배송 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알럭스에서 파페치 제품을 ‘로켓직구’ 방식으로 주문하면, 모든 상품은 무료 배송되고 ‘와우’(멤버십) 회원에겐 무료 반품(30일 이내) 혜택도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명품 직구의 경우 고객이 관세, 부가세 등을 별도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알럭스는 모든 세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결제 가능하다.
‘유통공룡’ 쿠팡이 뷰티에 이어 명품 패션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의 판도도 뒤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으로 전 국민의 ‘쿠팡화’를 이끈 쿠팡이 자체 명품 생태계 구축까지 나선만큼,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최근 부실 경영으로 기업회생에 돌입한 발란 등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 시점에 틈새를 파고든 만큼 존재감이 더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가성비를 앞세운 쿠팡의 이미지가 여전히 뚜렷한만큼, 국내 명품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줄 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쿠팡=가성비’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한데다, 명품 시장내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쿠팡의 와우회원들은 가성비를 중시해 온 소비자들이 다수여서 멤버십 고객들을 모두 연계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이 비해 정품 신뢰도와 편의성은 높겠지만, 명품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는 게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