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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규제 완화와 접근성 확대 등 친(親)가상자산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물 기반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국민연금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등 파격적인 정책까지 검토 중이다. 특히 ETF 도입 문제는 여야 간 보기 드문 합의를 이룬 분야로, 가상자산 정책에서 초당적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한국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1800만 명이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부 거래일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코스피·코스닥을 뛰어넘는다”며 “정치권도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반영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보유한 가상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4조원에 달한다.
이 후보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확대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8일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 화폐와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상자산이다. 보통은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 후보는 원화를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위협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비은행권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거래가 손쉬워 자본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일단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발행이)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에는 약 56조 81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출됐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테더(USDT), USDC 등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22년 국내 프로젝트 테라USD(UST) 붕괴로 약 400억 달러(약 55조 원)의 손실을 겪은 바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은 내년에 미국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한국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제정했고,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법안은 거래소에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해킹 시 책임 대응 등의 의무를 부과하며, 위법 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