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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투자 편식 심해…‘M7’ 비중 40% 육박
한국은행은 26일 공식 블로그에 게시한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확대되면서 투자의 대부분이 미국 주식시장에 집중됐다”며 “안정적인 투자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일부 종목에 대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려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2019년 말 152억달러였던 개인투자자자의 해외주식투자 규모는 2024년 말에는 1161억달러로 약 8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와 은행 및 보험사, 자산운용사를 포함하는 금융기관의 투자잔액이 각각 약 2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다. 이에따라 기관 등을 합한 국내 거주자 해외투자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4.4%에서 15.6%로 늘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미국 주식에 대한 집중도가 심화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예탁결제 자료로 확인한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58.2%에서 2023년 말 88.5%까지 확대되면 전체 평균(63.1%)을 크게 웃돌았다.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18일 기준으로는 90.4%까지 높아졌다.
특히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투자 상위 10위 종목을 살펴보면 서학개미의 포트폴리오가 기술주에 편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애플· 엔비디아·테슬라 등을 통칭하는 ‘M7’ 종목 대다수와 나스닥100 및 S&P500 지수 등을 추종하는 일반·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8일 기준 이들 상위 10개 종목에 대한 서학개미의 투자잔액은 454억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43.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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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도…주가 하락 대비해야”
서학개미의 사랑을 받는 미국 주식 종목 중에서는 ‘TQQQ’와 같은 레버리지 ETF도 있었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지수의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ETF가 담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그 2배의 수익을 주지만 떨어지면 2배 더 큰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성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때 2배의 수익률을 볼 수 있는 인버스 ETF도 있는데, 이 역시 서학개미들의 관심 종목으로 꼽힌다. 상위 50위까지 서학개미 투자 종목을 확대해서 보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7개 포함돼 있다.
서학개미들의 이같은 공격적이고 편중된 투자 성향은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기일 때는 시장 수익에 비해 큰 이익을 주지만 반대로 주가 하락기에는 시장 평균보다 2배 더 큰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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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021년과 2022년의 서학개미 투자 성적표를 그 사례로 들었다. 2021년에는 미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서학개미의 연간 투자 수익률은 24.1%를 기록하며, 전체 국내 투자자 평균 수익률의 2배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반면, 2022년 미 증시가 하락하자 서학개미 손실률은 전체 국내 투자자는 물론 S&P500 지수 하락폭의 2배에 가까웠다.
이 과장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일부 해외 투자은행(IB) 등이 미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2022년처럼 주식시장에서 연간 -40%의 평가손실을 입은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S&P500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하기로 했을 때,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8.6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입을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며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M7,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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