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는 고기, 과일, 채소 등의 식료품 할인 행사 ‘메가푸드 페스타’ ‘몰빵 데이’ 포스터가 오밀조밀 붙어 있었다. 화려한 포스터나 행사 문구와 달리 상품을 정리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이곳 직원 A씨는 “얼마 전 홈플러스가 이곳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폐점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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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점포 중 한 곳인 이곳에서는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폐점이 진행될 경우 해당 점포 소속 직원을 인근 매장에 배치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이를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뱃지를 단 한 직원 B씨는 “과거 폐점 사례를 보면 인근이 아닌 먼 점포로 배치돼 결국 퇴사한 이들이 있었다”며 “이제 다른 업종을 알아보기엔 나이도 있고, 이 일만 20년 넘게 해온 사람들에겐 막막한 얘기”라고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입점 업체들이다. 폐점이 갑자기 이뤄지면 한순간 문을 닫을 수 있어서다. 이 점포에서는 최근 입점 매장에 대해 한달 기간 단기 계약을 맺고 있다. 홈플러스와 건물주의 임차료 협상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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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기한까지 해당 점포 건물주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당초 내달 12일까지였던 회생계획안 제출일은 법원의 판단으로 오는 7월 10일로 늘어났다. 협상 기간을 벌게 됐지만 홈플러스가 요청한 35~50% 임대료 인하는 임대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현실성이 없는 임대료 인하 요구를 통해 폐점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고용 보장 이야기 역시 구조조정 명분 쌓기”라고 일축했다.
임대료 협상에 실패한 17개 점포 외에도, 향후 문을 닫는 매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안고 있는 리스부채는 4292억원에 달하며, 연간 임차료만 해도 4000억원을 웃돈다. 고정비 부담이 과도한 상황에서 임대료를 줄이지 않으면 회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에 앞서 이미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된 점포 9곳의 폐점을 결정한 바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폐점 역시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경영 정상화 조치를 계획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한 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일부 점포에 부득이하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던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홈플러스는 임대주와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만일의 경우에도 해당 점포 직원의 고용은 모두 보장하며 점포 전환 배치와 격려금 지급 등을 통해 근무 안정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