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사법부에 대한 공세는 지난 1일 이 후보에 대한 상고심 선고 이후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다. 선고 당일 “고무줄 판결”, “대법원의 선거 개입” 수준의 비판에서 다음날 “사법쿠데타”로 수위가 한층 올라갔다. 민주당 의원 60여명은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처음으로 탄핵소추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후 파기환송심 절차가 대법 심리와 마찬가지로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사실상 사법부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이 법에 ‘2주 이내’로 돼 있는 사건기록 송부 절차를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끝내고, 서울고법이 또다시 이례적으로 배당과 1회 공판기일 지정을 당일에 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일 저녁 “윤석열의 부활을 노리는 내란 잔당의 기막힌 속도전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법원의 정치 판결에 이어 파기환송심까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태로 진행된다면 국민께서 용납하시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에 대한 법원의 심리가 ‘내란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이다.
법원 내부망에서 일부 판사들이 공개적으로 대법원과 서울고법의 초고속 심리를 비판하자, 민주당은 이에 힘입어 4일 사실상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이 후보에 대한 대법 판결을 “사법내란”으로 규정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세력과 법관들의 결탁했다는 황당 주장을 펴기까지 했다.
“대법 판결은 3차 내란” 규정짓기도
민주당은 “윤석열 1차 내란, 한덕수·최상목 2차 내란, 조희대 3차 내란”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당내엔 판사 출신이자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희대 대법원 대선 개입 저지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무리한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독립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하급심 재판부의 결정까지 ‘조희대 대법원 탓’으로 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반려견 산책’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에게 묻는다. 자신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해 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의리를 다하는 것이 사법정의인가”라고 주장한 것이다.
|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은 12일부터의 공판 일정에 대해 법원에 연기를 요청했다. 현재 이 후보 사건 공판기일은 △선거법 파기환송심 15일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13일, 27일 지정된 상태다. 다만 실제 공판 연기 신청은 연휴가 끝나는 7일 각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박주영·송미경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에 접수할 예정이다. 7일부턴 파기환송심이 열리는 서울고법 앞에서 소속 의원들이 돌아가며 항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대법원 ‘최고법원 지위 박탈’ 법안들도 추진 검토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등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을 공식화한 상태다. 15일로 잡힌 선거법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대한 연기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탄핵과 관련한 대상·시기 등은 지도부에 위임된 상태다. 탄핵 대상에는 조 대법원장 및 유죄 취지 의견을 낸 대법관 9인은 물론 선거법 파기환송심, 대장동 1심 재판부 소속 법관 6명도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도로 조 대법원장 등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조 대법원장 대선개입 사법쿠데타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법사위에서 개최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이를 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법원을 향한 대대적인 ‘보복성 입법’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를 통해 이뤄졌던 사법제도 개편을 독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법원의 최고법원으로서의 위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까지 여기 포함시켰다.
|
이재명, ‘사법살인 피해’ 조봉암·인혁당 사건 언급
민주당은 아울러 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이 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대법원의 판결을 헌재가 뒤집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사실상 우리 법체계는 헌재를 최고법원으로 하는 4심제로 개편되게 된다. 현재 대법원과 헌재의 위상으로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재판 당사자인 이 후보는 직접적 대응은 삼가면서도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5일 법관 탄핵소추와 관련해선 “당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또 공판 연기와 관련해선 “(헌법에 보장된) 선거운동에 공평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번 대선이 국민의힘 후보와 경쟁인 줄 알았는데, 국힘 후보는 어디 가고 난데없이 대한민국 거대 기득권과 싸우고 있다”며 “그게 누구든, 국민과 함께 꼭 이기겠다. 결국 국민이 한다!”고 밝혀, 대법원과의 전면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유세에선 이승만 정권 시절 사법살인 피해자인 진보당 당수 조봉암 선생, 박정희 정권 시절 사법살인 피해 사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전두환 정권 시절 사형선고 판결을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현 상황과 이들과 동일선상에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가끔씩은 불의한 세력에 불의한 기도가 성공하기도 한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살아서 반드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계속되고 있는 2차·3차 내란시도”라고 언급해 대법원 판결을 3차 내란으로 규정한 당과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민주당의 대응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소속 전직 의원은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너무 강경 대응만 하고 있다”며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도 이 후보가 나서서 탄핵과 보복입법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도권 법원 소속 한 판사는 “대법원의 선고 시점이 부적절했다고 보지만 위법으로 볼 수는 없다”며 “인용 가능성이 거의 없는 탄핵소추는 사법부 독립마저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