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탄핵제도, 방어권 보장·사임 규정 등 주요 맹점 개선해야"

성주원 기자I 2025.04.07 14:24:35

박경철 교수, 탄핵제도 문제점·개선방안 제시
"국회 탄핵소추, 방어권보장 없어 적법절차 위반"
"헌재 준용규정 불명확성 심각…입법 개선 필요"
"임기만료·사망시 심판계속 여부 규정 마련해야"
"정치적 남용 방지하고 권력통제 기능 회복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현행 탄핵제도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권력통제 수단인 동시에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구조적 허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절차상 공백과 불명확성이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경철(사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법학논총에 발표한 논문 ‘현행 탄핵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통해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 전반에 걸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후 사임 가능?…‘의견진술권’ 보장도 없어”

박 교수가 주목한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국회법 제134조 제2항에 관한 것이다. 현행법은 임명권자가 탄핵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통령처럼 임명권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임명권자가 없는 공직자는 국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이후에 사임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고, 사임하더라도 헌재의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에는 영향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임 시점이나 철회 가능성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으면 탄핵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며 “사임할 수 있는 기간을 명확히 하는 한편, 사임의사의 철회는 허용되지 아니함을 명시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현행법상 탄핵소추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이나 증거제출권을 보장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헌재는 이에 대해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해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라며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절차에서 소추대상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은 피소추자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처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회의 국회의원 제명절차에서는 제명대상 의원에게 본회의에 앞서 의견진술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더라도 소추대상자에게도 본회의 표결에 앞서 의견진술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특히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조사절차와 질의토론절차가 임의적인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국회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조사 없이도 의결할 수 있으며, 본회의에서 충분한 토론 없이 표결이 가능하다.

자료: 박경철 교수 논문
◇“‘형사절차 준용’ 불명확…퇴직자 심판도 계속해야”

헌재의 탄핵심판절차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준용규정의 불명확성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헌재법 제40조는 탄핵심판절차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적용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증거능력과 증거조사절차에 관한 규정이 미비해 헌법재판소가 자체적으로 절차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또한 탄핵심판청구 이후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심판절차가 계속되는지 여부에 관한 규정도 없다. 실제로 헌재는 2021년 이 문제에 대한 결정에서 재판관들의 의견이 각하, 심판절차종료, 심리계속 등으로 나뉘어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못했다.

박 교수는 “탄핵제도가 가지는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권력통제적 기능과 헌법수호기능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핵심판청구 후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공직에서 퇴직하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심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 외에도 △탄핵소추 발의의 시효 규정 신설 △국회 소추위원의 소추의결서 제출 기한 명시 △헌재의 자료제출요구권 확대 △탄핵심판과 징계절차 간 판단 모순 방지 규정 마련 △대통령 파면결정 재심 허용 여부 명확화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론에서 박 교수는 “이같은 여러 문제점들이 시정돼야 탄핵제도가 의회 다수파의 정략적인 목적으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집행부의 고위공직자나 사법부의 재판관 등의 위헌, 위법행위 통제라는 탄핵제도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박경철 교수 논문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