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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는 특히 “미국과 한국 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력히 지지하며, 조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한다”고 강조했다. NPT는 핵무기를 지니지 않은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양도받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다. NPT를 강력 지지한다는 것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동안 일관되게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반대한 바 있다. 다만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한국 또한 기존과는 다른 노선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의 주요 대선 주자들의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존과 마찬가지로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나경원 후보는 ‘핵 주권 확보’, 홍준표 후보는 ‘남북 핵균형’을 강조하며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이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에 맞서 ‘강 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성 보수층의 표심에 부합한 공약이라는 평가다.
나 후보는 지난 17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1년 안에 핵무장을 최종 결단하고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언급하며 대통령 직속 ‘국가 핵전략 사령부’ 신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홍 후보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나 주한미군 전술핵 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필요 시 독자적인 핵 개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 능력 확보를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김문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 안철수 후보는 직접적인 ‘핵무장론’은 피하면서도 ‘핵연료 재처리 능력’과 ‘핵 추진 잠수함 확보’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핵 안보 전략’ 노선을 취하고 있다. 나 후보나 홍 후보의 주장처럼 ‘핵무기 자체 보유’보다는 ‘핵추진 잠수함 확보’와 ‘핵 재처리 기술’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핵무장론은 보수 진영의 단골 레퍼토리 공약”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NPT 체제 위반에 따른 경제 제재는 물론, 한미동맹 균열을 감내해야 한다. 이를 잘 알면서도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측면에서 내세운 공약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핵무장론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양강 구도에서 ‘핵무장’ 논쟁이 쟁점화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후보는 “핵무장을 하겠다는 소리는 북한의 핵 보유를 결국 용인하는 결과를 전제하게 되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훼손하거나 국제사회로부터 북한 수준으로 경제 제재를 받는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핵무장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