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서비스수출 증가 움직임이 국내 취업자 수 늘려”
“고용시장 질적 개선 및 안정화…정책 지원 강화해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서비스수출이 늘어나면 양질의 일자리 증가를 이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사진=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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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흥행하고, 해외 기업이 한국 IT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블랙핑크가 해외에서 콘서트를 여는 이 모든 것이 ‘질 좋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수출은 공산품이 아닌 운송, 관광, 통신, 금융, 보험, 기술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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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제통계2국 투입산출팀의 박영진 과장과 강인성 조사역은 19일 블로그를 통해 “서비스 수출 증가 움직임이 국내 취업자 수 확대를 통해 고용시장 질적 개선과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출 중 서비스 비중은 2020년 13.6%에서 2023년 15.7%로 높아진 가운데 서비스 수출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20년 대비 2022년 국내 취업자 수 증가분 99만 6000명 중 82.5%가 수출로 유발된 인원이었다. 이 중 서비스 수출이 50.9%, 공산품 수출이 31.3%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내수 부진에 의한 국내 고용시장 악화 압력을 서비스 수출이 상당 부분 완화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생산자 서비스 중 정보기술(IT) 및 콘텐츠 관련 서비스 수출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이 부문 서비스 수출로 유발된 취업자 수는 2020~2022년 연평균 70%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같은 기간의 전체 서비스 수출(15.1%)이나 공산품 수출(4.8%)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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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비스수출로 일자리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가 확대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해당 부문 취업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고학력, 고숙련, 상용직 비중이 높아 일반적인 양질의 일자리 평가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공산품이나 여타 서비스에 비해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높아 주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층 고용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도 IT, 콘텐츠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 경제 내 다양한 부문에 두루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고용시장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은 “탕후루 가게가 많이 생겨도 가게 직원 외에 늘어나는 취업자는 많지 않지만,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제작하려면 제작자 외에도 출연자, 매니저, 카메라, 조명, 소품 제조업자, OTT 운영·관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가 상당히 많다”고 예를 들었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 통계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수출 상대국들은 우리나라의 서비스 상품 중 운송과 생산자서비스를 주로 수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운송 서비스에는 화물 운송과 여객 운송이, 생산자 서비스에는 IT·콘텐츠 관련 서비스가 각각 대표적으로 포함되는데, 해외의 우리나라 생산자서비스 수요 증가는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 우리나라 서비스의 최종 수요에 따라 국내에서 유발된 취업자 수는 2022년 기준으로 중국이 23만 4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6만 3000명), 일본(2만 9000명) 등의 순이었다.
 |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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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생산자 서비스에 대한 해외의 수요 잠재력이 상당해 중국, 미국 등 주요 국가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 공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재화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IT,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에 대한 투자와 직업교육 제공 등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