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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이날 오전 양종희 회장 주재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협의회’를 열고 지주 임원들과 함께 향후 발생 가능한 시니리오를 점검했다. KB금융그룹은 △이란·이스라엘 충돌 관련 국제유가 움직임 △중동 주변국가로 확전될 경우 중동지역 주요 산유국의 유가 변동성 리스크 △전세계 원유의 20%가 유통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 등을 주요 리스크로 진단했다.
KB금융그룹은 자본시장 손익을 매일 점검하고 글로벌 부문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 급등 시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선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후 리스크관리그룹을 중심으로 위기관리협의를 개최한다. 중동 분쟁 심화에 따른 신한은행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부분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리스크그룹장 주관으로 본부부서 20여 개가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전날 임종룡 회장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 후 이날 오전 정진완 행장 주재 회의에서 시장상황을 살펴봤다.
임종룡 회장은 전날 회의에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하게 담당업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환율·자본시장 급변동에 따른 그룹 유동성·자산건전성·자본비율 수시 점검 △기업 RM 등을 통해 거래기업 상황 파악 및 수출·내수기업 긴급 지원 등 실물경제 자금공급 △은행 등 모든 계열사 위기대응체계 확립 △국내외 투자자들 및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 △IT 안정성 확보와 정보보안체계 재점검 등을 주문했다.
우리금융그룹은 기업들의 수요를 파악해 수출대금 만기연장, 원유·원자재 수입업체 대한 유동성 지원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금융시장 향방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으로서는 이란의 보복 수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향후 1~2주간 중동 정세 추가 악화, 변동성 확두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중동 지역 내 미국 기지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 봉쇄하는 것이다”고 짚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단순에 상승할 수 있으며 국내·외 인플레이션으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며 “중동지역 불안이 길어지면 미국 달러화 강세와 위험회피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9.64포인트(0.98%) 내린 2992.20원에 개장했고, 원·달러 환율은 9.4원 오른 137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