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성 공연평론가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세계 최대 공연 시장인 브로드웨이에서 ‘K뮤지컬’의 경쟁력을 확인시켜준 놀라운 성취”라며 “앞으로 국내 공연계가 발전하는 데 있어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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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날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에서 총 6개의 트로피를 품었다. 뮤지컬 부문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947년 시작된 ‘토니상’은 연극·뮤지컬계 최고 권위 시상식이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과 함께 미국 대중문화계 4대 주요 상으로 통한다. 시상식은 아메리칸 시어터 윙과 브로드웨이 리그가 주최하며, 현지 공연 및 언론 관계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K뮤지컬’로 칭할 수 있는 작품 중에선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위대한 개츠비’가 지난해 열린 ‘토니상’에서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의상 디자인상은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린다 조가 받았다. 한국인 창작자가 수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작곡 및 작사) △오케스트레이션(편곡상)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2024~2025 시즌 공연을 대상으로 한 올해 시상식의 최다 후보 지명작 중 하나다.
현지 공연 매체 플레이빌에 따르면 박천휴는 극본상 수상 이후 “정말 놀랍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하루 종일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브로드웨이 업계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윌 애런슨은 “계속해서 공연을 이어올 수 있게 해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보탰다.
박천휴는 음악상을 받은 뒤엔 “이번 시즌에 기존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저희도 그 중 하나라는 사실이 영광스럽다”며 “한국 인디 팝,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등을 다양한 감성이 뒤섞인 브로드웨이와 조화시키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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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은 관객과 평단 호평 속에 5연(2016년·2018년·2020년·2021년·2024년)까지 성공적으로 치렀다. 2021년에는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상이자 영예의 대상작으로 꼽혔다.
개발 단계 때부터 영어 버전 공연을 함께 준비했다. 2016년 뉴욕에서 진행한 리딩 공연을 통해 현지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드의 관심을 얻으며 브로드웨이 진출의 길이 열렸고, 이후 2020년 현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렸다.
대본과 넘버 구성, 무대 디자인 등에 일부 변화를 준 브로드웨이 공연은 지난해 10월 뉴욕에 있는 약 1000석 규모 대극장인 벨라스코 극장에서 시작했다. 연출은 ‘토니상’ 수상 경력이 있는 마이클 아덴이 맡았다. 남자 주인공 올리버 역과 여자 주인공 클레어 역은 각각 미국 배우 대런 크리스와 중국계 미국 배우 헬렌 J.셴이 연기하고 있다.
프리뷰 공연 시작 이후 4주 동안에는 주간 매출액이 30만달러(약 4억원)를 밑돌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연이 일찌감치 막을 내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현지 언론과 평단의 호의적인 반응 속에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추이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12월부터 9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권에 들어섰고, 같은 달 넷째 주 처음으로 주간 매출액 100만달러(약 13억원) 돌파를 이뤄냈다. 최근에는 4주 연속으로 주간 매출액 100만달러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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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은 이 작품의 ‘토니상’ 수상 소식을 다루며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감동적인 주제, 한국 문화를 진정성 있게 다룬 흔치 않은 브로드웨이 공연이라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에는 NHN링크가 투자사로 참여하고 있다. NHN링크는 올 하반기 중 국내에서 ‘어쩌면 해피엔딩’ 6연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