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인력부족에 직원 숨지고 쓰러져…“안전사고 우려”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공항이 최근 제2터미널 확장구역을 개장한 뒤 자회사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뇌출혈로 쓰러져 노동환경 악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류장에서는 여객기가 탑승교와 부딪히는 사고도 났다. 노조는 인천공항공사와 자회사가 인력 충원을 제한해 공항 안전이 위협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4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제2여객터미널 확장구역(면적 34만여㎡)을 개장했다. 터미널 면적이 넓어졌지만 인력 충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인천국제공항보안㈜는 지난해 9~10월 결원 충원 인력과 4단계 개장 필요 인력을 합쳐 각각 438명, 298명, 100명 모집을 공고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공사 심의위원회가 필요 인력 채용 규모를 각각 196명 내외, 12명 내외, 28명으로 축소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3개 자회사는 심의 결과 등을 반영해 지난해 12월 각각 150여명, 170여명, 60여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채용 계획 인원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노동환경은 악화됐다.

지난 19일과 20일 야간에는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던 자회사 남성 직원 2명이 연달아 뇌출혈로 쓰러졌다.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15일 오전에는 공항 2터미널 주차타워 옆에서 자회사 직원 A씨(28·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작업과 관련 없이 주차타워 3층에서 추락해 숨졌고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판단했다. 올 1월7일 오전에는 인천공항 2터미널에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탑승교(탑승동 게이트와 항공기를 잇는 이동식 다리)에 접근하다가 왼쪽 날개가 다른 탑승교에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고로 다수의 승객이 불안감을 느끼고 여객기 날개 끝이 훼손됐다. 노조는 2터미널 확장에 따른 탑승교 업무 증가로 인해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직원의 사망과 뇌출혈, 탑승교 사고는 노동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력 부족에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여행객에게 간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과의 단체교섭에서 인력 충원, 교대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며 “근로자와 공항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표명했다.

공사는 “4단계 운영 등 환경변화에 맞춰 자회사와 협의해 올해 계약인원을 확정하고 계약을 완료했다”며 “올해 자회사는 지난해 대비 232명 증원된 9731명으로 고용계약을 했고 현재 특이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2터미널 확장구역 운영범위는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며 “급격한 여행객 증가 등 대·내외 여건 변화 시 자회사와 협의해 인력 증원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자회사 채용 계획·절차 등은 공사가 관여할 수 없는 자회사 소관으로 자회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자회사는 공사와 협의 없이 채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