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252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추정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며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한 데 이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악화가 지분법 손익으로 반영되면서 전분기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뿐만 아니라 지난해 4분기 다수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경우 1611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4136억원) 대비 적자 폭이 줄었지만 올해 누적 영업손실만 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3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들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화솔루션 또한 연내 흑자전환이 요원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력 사업이었던 케미칼 부문의 실적 부진과 더불어 미국 내 태양광 재고 문제로 태양광 사업까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해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생산 설비를 확대하며 자급률을 95% 이상 끌어올리면서 국내 석화업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특히 중국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범용 제품은 집중 타격을 입었다.
앞으로도 범용 제품의 경우 시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뿐 아니라 중동 등에서 관련 설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유·석유화학 통합시설(COTC)’ 공법을 활용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COTC는 원유를 직접 정제해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법대비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중동산 에틸렌 손익분기점은 t당 100달러 이하로, 이는 한국산 에틸렌(300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원유 10톤(t)에서 기초유분 1t을 만들지만, COTC는 4~5t을 뽑아낸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