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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을 뜻하는 ‘무연고자’(無緣故者)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여성 배명순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이후 화장되지 못한 채 떠도는 유령들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선웅은 ‘무연고자’들의 삶을 추적한 르포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극본을 썼다. 그는 “7~8년 전쯤 불행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연극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사회 고발 내용으로만 채우면 극이 너무 무거워질 것 같아서 묘한 소동극 같은 이야기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부연했다.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펼쳐낼 계획이다. 무대는 분장실과 시체 안치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고선웅은 “연극에서 연극을 다루는 걸 가장 싫어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웃어보인 뒤 “극중극이라는 표현으로 규정 짓기 애매한 혼돈스러운 작품이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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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오는 30일부터 6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고선웅이 연출까지 직접 맡는다. 출연진에는 이지하, 신현종, 강신구, 김신기, 최나라, 홍의준, 이승우 등이 합류했다. 공연 예매는 세종문화티켓과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라운드 인터뷰에 함께한 배명순 역의 이지하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며 “연극 출연이 6년 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공연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배명순의 남편을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강신구는 “연습을 하면서 작품 속 배역이 아닌 현실의 속의 내가 되어 말을 내뱉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연극을 꽤 오래 했는데, ‘유령’처럼 이상한 작품은 처음”이라고 웃으며 “아마 관객들도 새롭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