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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재명 후보의 더불어민주당은 3대 비전, 15대 정책과제, 247개 세부공약을 담은 21대 대선 정책공약집을 공개했다. ‘진짜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는데, 국내 유통산업과 관련한 공약은 ‘공정경제’ 부문 일부다. 가맹점주·대리점주·온라인플랫폼 입점사업자 등의 협상력 강화, 공정한 배달문화 구축 등이 골자다. 사실상 해당 공약은 프랜차이즈업계와 배달 플랫폼 업계 입장에선 규제 성격이 짙다.
우선 가맹점주 협상력 강화 공약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민주당이 적극 추진해 왔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핵심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개별사업자인 가맹점주 단체를 노동조합과 같은 법적 단체로 인정, 단체 규모와 무관하게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본점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그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재논의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해당 법안은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의 중점 추진 법안이 됐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선 허탈감과 우려감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프랜차이즈업계에선 “가맹점주 협상단체를 1~2곳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지만, 민주당의 강력한 법안 추진 의사에 최근엔 “단체 일원화가 안된다면 협상 기간이라도 제한해달라”는 의견을 피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선 공약집을 봐도 확실한 의지가 느껴지는 만큼, 업계에서도 상실감이 큰 상황”이라며 “민병덕 의원안으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대한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접촉 중이지만, 쉽진 않아 보인다”고 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모두가 행복한 배달문화를 구축하겠다’며 별도 분야로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이 핵심이다. 민간 기업인 배달 플랫폼들의 수수료율을 법제화로 강제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배달 플랫폼들과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상생안을 도출해냈다. 올 상반기 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수수료율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민 것이어서 배달 플랫폼 업계에선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수익모델인 수수료율을 강제하겠다는 건 위헌 요소도 있다”며 “상한제 법제화 가능성은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집권하면 업계 입장에선 상당히 긴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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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난 26일 공개된 김문수 후보의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은 유통산업 진흥에 초점이 맞춰졌다. ‘침체된 K유통을 다시 살리겠다’는 슬로건 하에 그간 유통업계가 바라왔던 온·오프라인 공정경쟁 촉진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주말 의무휴업’ 규제 혁파다. 국민의 힘은 공약집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자율화,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단계적 허용 등을 명시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시장 상권 보호를 위한 조치였지만 현재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환경은 180도 바뀐 상황이다. 쿠팡, 네이버의 등장에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쪼그라들고 있다. 국민의힘이 ‘K유통을 다시 살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오프라인 유통 분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민의힘 공약집을 보면 대부분 분야별 산업 진흥에 힘을 준 것이 보인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자율화 추진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선 가장 바라왔던 사항이어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수출에 있어선 식품산업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콕 집어 ‘2030년까지 K푸드 수출 250억달러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도 내걸었다. 신규 수출 시장을 개척하고 품목을 다변화해 K푸드를 고급화한다는 전략과 정부간 협력 강화 등을 이행 수단으로 공유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출 목표치 달성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식품 산업에 대한 관심과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 것만 해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은 ‘규제’, 국민의힘은 ‘진흥’ 측면에서 국내 유통산업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감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정부 정책과 방향성은 기업들의 향후 경영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법제화를 기반으로 한 규제의 경우 특히 더 민감하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경우 여러 분야가 있고 이해관계도 복잡해 대선 공약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며 “다만 10년 넘게 요청하고 있는 대형마트 규제 개선 등은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되돌아볼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 등의 경우엔 한동안 계속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