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올해 3분기 후판 가격 결정을 위한 준비 단계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후판은 주로 선박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후판 가격은 매년 철강사와 조선사 간의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통상 연 2회 이뤄지던 협상이 올해에는 분기별로 진행된다.
그간 협상 결과를 살펴보면 철강업계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2023년 상반기 톤(t)당 100만원 수준이었던 후판 가격은 이후 세 차례 연속 인하되면서 같은 해 하반기에는 90만원대, 지난해 상반기에는 80만원대, 하반기에는 7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산 후판은 국내 제품보다 최대 20%가량 저렴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고, 철강사의 협상력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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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의 반덤핑 조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지난 4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38.0%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산 수입이 줄고 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곧 국내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여기에 철강사들의 실적 부진도 가격 인상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영업이익 5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으며, 현대제철은 영업손실 19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철강 수입 관세가 50%까지 확대되는 등 대외 수출 환경이 악화된 상황도 철강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다만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후판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철광석은 최근 t당 96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 2월 연고점 109달러대에서 10% 넘게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제철용 원료탄 또한 t당 190달러대에서 180달러대로 낮아졌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무역 장벽 강화로 철강 수요가 줄고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 협상에서 조선사가 한발 양보한 측면이 있다”며 “철강사들은 추가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시장 가격이 이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