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개 대리점, 유심교체 업무하느라 수익 급감
해킹 피해자이자 사태 수습 최전방에 있는데
정부-SKT, 대리점 위기에는 '무심'
대리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출근해서 앉으면 유심부터 갈아요.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면 다시 고객이 줄을 서 있어요.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면 ‘불친절하다’며 불만접수가 올라오고요.” 지난달 발생한 SK텔레콤 해킹사태의 뒷감당을 맡아온 일선 대리점들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사태 초기에는 유심보호서비스와 교체 예약 안내로 분주했다면, 지금은 하루 대부분을 유심 교체에 쏟고 있다. 최근 둘러본 서울 시내 대리점 직원들은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고 입을 모았다.
더 큰 문제는 영업이 멈춰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부터 대리점들은 유심 교체가 안정화될 때까지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3주 넘게 신규 가입, 번호이동 가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리점의 수익을 책임졌던 본업이 사라진 것이다. 전국 2600개 대리점 중 86%가 위탁 대리점으로 알아서 월세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연쇄 폐업도 우려된다. 현재는 유심교체 건수로 일부 실적을 대체해서 받는다. 일요일 수당 30만원을 받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매장 문을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지난 26일 서울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교체를 위해 줄을 서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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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영업 재개 시점에 보상 대책을 준비하겠다. 조금만 더 기달려달라”며 구체적인 보상대책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부도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400만명이 유심교체 대기자가 남은 만큼 신규 가입 재개를 논의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대리점은 이번 해킹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인데도 정부나 SK텔레콤이 이들의 위기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리점 직원은 “SK텔레콤이 27년간 고객만족도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의 힘인데 본사가 너무 현장을 홀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리점 직원들은 회사의 얼굴이자 SKT가 챙겨야 할 또다른 고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로 인한 국민적 불만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리점들이 최전방에서 발로 뛰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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