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23일 기재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기재부는 지난 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5주간 서울 중구의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을 빌렸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재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공간으로, 임차면적은 511.63㎡(154.82평)다. 서울 노른자 땅에 위치한 사무실을 단기 임차하다 보니 임차료 945만원에 관리비 628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컴퓨터, 복사기, 정수기 등 각종 집기를 빌린 점을 고려하면 소요비용이 2000만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차 후 2주가 지나도록 장관이 지명되지 않아 사무실은 무용지물 상태다.
기재부가 사무실부터 임대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기재부는 전임인 최상목 장관 지명 때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인사 발표가 이뤄진 날부터 예보에 청문회 사무실을 임차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이 들어선 문재인 정부 때에도 대통령이 김동연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다음 날부터 한 달여 기간 예보의 사무실을 빌려 썼다.
이번에도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선례대로 6월 4일 정부 출범 후 빠르게 장관이 지명될 것으로 보고 사무실을 빌렸지만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주요인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총리의 인사제청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변수가 생긴 점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 때에 인사를 서두르기 위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유일호 당시 총리대행에 형식적 제청을 받은 것과 이번은 분위기가 달랐다. 이날 11개 부처 장관 인사가 우선 단행되긴 했으나 기재부 장관 인사는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후로 밀린 모양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정부조직개편도 고려했어야 할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의 기재부 조직 개편을 예고해, 기재부 내에서도 장관 임명과 부처 쪼개기의 선후관계를 놓고 전망이 엇갈렸다.
기재부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상목 장관은 정권 임기 도중이라 언제쯤 인사가 날 것이란 정보가 충분히 있었다”며 “인수위 없는 정권의 첫 장관 지명은 언제 지명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현재 공간을 100% 활용하진 않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 가끔 쓰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사무실 임차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김민석 후보자의 취임과 제청권 행사가 이어지면 7월 초 쯤 대통령의 장관 지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재부 측은 “청문회 준비에 평균 20일 이상이 소요돼 사무실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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