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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이재명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국토공간 재창조, 국토교통 첨단산업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통 인프라 구축을 지연시키는 예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용주 교통모빌리티정책 특보단 박사는 “지역이 발전하려면 교통 인프라 확충이 전제돼야 하는데, 예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방은 인구도 줄고 소멸 위기에 놓여 있어, 경제성 기준을 충족하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철도와 도로는 광역권 내 지역 간 연결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이고, GTX 같은 사업은 경우에 따라 예타 없이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도 이러한 요구를 인식하고 예타 지침 개정 등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타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규모 재정사업의 경제성·정책성 등을 사전 검토해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핵심 평가 지표인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인구와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지방의 필수 기반시설 구축은 예타 통과조차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시점에서 교통사업의 예타를 실시하면 강남만 통과한다. 다른 지역에서 통과되는 사례를 거의 보지 못 했다”며 “과거 전라권 KTX 사업도 예타 통과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예타를 면제하고 추진해 결과적으로 지역 연결망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통 인프라 구축은 경제성만이 아니라 공공성과 효용성 중심으로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며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구조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인프라 사업 참여 확대를 위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공공지원형 민자사업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성 하나만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는 구조에선 실질적으로 민간 참여가 어렵다”며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지역균형발전 공약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율주행차 등 첨단 교통기술 확산을 위한 규제 정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자율주행차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노인 보호구역 등 교통약자 보호 지역에서는 자율주행차 운행이 어렵다, 정작 자율주행 마을버스나 택시가 필요한 지역일수록 규제 때문에 기술 도입이 막히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규제를 정비하는 일은 첨단 모빌리티 기술 발전은 물론, 교통복지 실현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수석부회장은 “기술 발전 속도가 전례 없이 빠른 지금, 제도와 규제가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전체 정책 추진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며 “AI·자율주행 등 신기술들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기존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수준의 과감한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공식 출범한 교통모빌리티정책 특보단은 교통 분야 교수·박사·실무 전문가 등 약 100명 규모로 구성돼 이재명 정부의 교통정책에 대한 자문과 정책 제언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