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TV 토론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며 “원전을 활용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때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질의에 “원전은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 후보는 지난 21대 대선 땐 발전원 중 원전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감(減)원전’ 정책을 꺼내 들었는데, 이번 대선 땐 원전에 대해 직접 언급 없이 재생에너지 확대 공약만 강조하며 좀 더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대량의 전력 공급이 필요한 인공지능(AI) 확대를 1호 공약으로 내건 만큼, 원전업계에서도 원전을 이전보다 더 실리적으로 바라보리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에너지업계는 이 후보의 이날 발언에 대해 당선되더라도 기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추진하지만, 그 이후의 추가적인 원전 건설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수립된 기존 계획까지 뒤집지는 않지만, 원전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있는 ‘완화적 감원전’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 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2024~2038년)에서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4개 모듈 건설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6기와 건설 중인 원전 4기에 더해 원전 2기와 SMR 1기를 추가한다는 총 33기 운영 계획까진 법적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 계획 이상의 추가 원전 확대 가능성은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곧 12차 전기본(2026~2040년) 수립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내년 말까지 이를 확정한다는 목표인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관련 검토가 이뤄지게 된다.
업계는 지금껏 내년에 수립될 12차 전기본에서 추가적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 때문이다. 실제 11차 전기본도 원래는 지금보다 1기 많은 ‘원전 3기+SMR 1기’ 안으로 수립했다가 계엄·탄핵 정국 속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요구를 반영해 1기를 줄인 형태로 확정됐다. 그러나 감원전에 대한 이 후보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이 후보가 당선되면 중장기 전력 수요에 대한 대응도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꾸려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AI 정책 추진에 필요한 전력 수요 증가와 비용적 측면을 고려해 신규 원전 추진을 검토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기보다는, 다른 모든 방안의 현실성을 검토한 뒤 추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현 원전 중시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신규 원전 건설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전 비중 60% 확대를 통한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공약을 내건 김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AI 3대 강국을 하면서 어떻게 원전을 짓지 않을 수 있나”라며 “값싸고 안전한 원전을 안 하는 것은 잘못된 환경론자의 주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도 이재명 후보의 전남 대규모 데이터센터 조성 공약을 거론하며 “풍력은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하지 않아 결국 (전남) 영광 원전 등에 의존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