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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는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의 적용 시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기존 25%로 인상될 예정이던 상호 관세를 15%로 조정하기로 합의했으며, 자동차 관세 역시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정확한 시행 시점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측 관세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정·재생상은 24일 하네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 관세는 8월 1일 시행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측 공식 문서에는 적용일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산 차에 부과되는 총 27.5% 관세 역시 15%로 인하하기로 했지만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상호관세보다 다소 늦게 적용될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대미 투자에 대한 인식 차도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일본은 내 지시에 따라 5500억달러(67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이 이익의 90%를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 투자를 단순한 금융 지원이 아니라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로 표현하며, 일본이 이미 선불로 돈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닝 보너스는 일반적으로 계약 체결 시 지급되는 일시금을 의미한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 자금이 정부계 금융기관을 통한 출자·융자·보증 등 투자 여력을 의미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재정 지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이 실제로 대미 투자에 나설 경우에만 사용되며, 출자 비율에 따라 이익 분배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 분야에서도 양국 간 인식 차가 드러났다. 미국 측은 “미국산 쌀 수입이 즉시 75% 확대된다”고 밝혔지만,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은 “일본이 독자적으로 결정 가능한 사안이며 고정된 쿼터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관세가 없는 미니멈 액세스(MA) 쌀 쿼터 내에서 미국산 수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으로 들어오는 외국산 쌀 총량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농민을 희생한 협상은 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우리한테 5500억달러를 줬고, 관세를 약간 낮췄다. 그러고 나서 일본은 자기 경제(시장)를 모두에게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 이건 쉽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또 미국은 일본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방위장비를 구매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방위비(방위 예산)는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미 결정돼 있는 방위력 정비계획 등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 간 해석 차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는 공동 합의문 부재가 지목된다. 이번 합의는 통상적인 무역 협상과 달리 양국이 공동으로 서명한 공식 문서 없이 구두 및 별도 문건 형태로 정리됐다.
이 같은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도 반복됐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문서가 공개되지 않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베트남이 합의한 상호관세율은 11%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20%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관세 부과 재개 가능성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동차 등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의 이행 상황을 분기마다 평가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가지면 언제든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관리들과 그런 논의를 한 기억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이는 일본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닛케이는 “미국과 합의를 도출했지만 미국과의 관세 관련 의사소통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세심하고 명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다음 주 중으로 양국의 공통 인식을 정리한 문서를 별도 작성할 방침이지만, 이 문서에도 서명은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