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를 돌려받기 위해서 수표를 완전히 무효화하는 ‘공시최고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해당 수표는 피싱범도, A씨도 가질 수 없는 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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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예외를 둘 경우 정당한 거래였음에도 이후에 사기를 당했다며 취소해달라는 등 법적인 분쟁 가능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아울러 해당 수표를 범죄자가 시장에 유통한 후 제3자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 해당 인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 취지다.
전형환 메가엑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후 그 수표가 여러 사람을 거쳤다면 당사자가 정당한 권리를 주고 그 돈을 받았을 것”이라며 “수표는 현금처럼 이용되는 특성이 있는데 만약 나중에라도 거래가 취소될 경우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직접 만나 수표나 현금을 전달한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특히나 피해를 구제받기 어렵다.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의 돈이 피의자 명의 계좌로 입금되기 때문에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시키고 법적 절차를 거쳐 피해자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표의 경우 현금처럼 쓰이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운 데다 이후 민사상 반환창구도 막힐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피싱 조직이 수표를 선호하기도 한다. 현금에 비해 부피는 적지만 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운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구제책을 꾸준히 논의해 왔다. 특히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면서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도 은행에 수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가 개선돼도 어려움은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오승환 법무법인 진수 변호사는 “상품권과 수표를 맞바꿨다는 이유를 들어 은행에 소명하니 지급 정지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지급 정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공시최고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피해액을 되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는 매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2021년 2만 2752건 △2022년 1만 4053건 △2023년 7234건 △2024년 6793건 △2025년(~3월) 1705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기준으로 봐도 여전히 전체(5878건)의 30%가량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최근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액이 5300만원으로, 전년(2800만원) 대비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면편취형 범죄 피해액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빠른 대응만이 돈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 변호사는 “수표를 건넨 경우 즉시 경찰에 고소하고 가능한 한 빨리 자금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면서 “피해금 회수는 결국 속도와 법률적 대응력이 좌우하는 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