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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유리기판 기술교류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술교류회에서는 잠재 협력사들의 기술 발표를 바탕으로 공급망 기업의 기술력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리기판은 삼성전기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유망 사업 중 하나다. 기판은 반도체 칩 바로 아래에 덧대는 부품으로, 칩과 전자기기 사이에 전기신호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다.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요구되는 고성능 반도체에는 보다 많은 소자가 들어가며 칩 자체의 크기가 커지는데, 이에 맞춰 기판 면적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은 면적을 키우기가 어렵다. 열에 의한 휨 현상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표면이 매끄럽지 못해 배선 간격을 좁게 구현하기에도 제약이 상당하다. 더 많은 회로를 새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유리기판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고온에서도 휨 현상이 적어 대면적화에 유리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배선 간격을 좁게 설계할 수 있다. 기존 기판과 비교하면 최대 10배의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 신호 간섭과 손실도 적다. 오작동 발생 가능성이 낮고 신뢰성이 높다는 뜻이다. 성능은 우수하지만 기술·제조 난도가 높아 ‘꿈의 기판’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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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는 유리기판 사업을 위해 별도의 생태계 구축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여러 공급사 및 기술 협력사와 컨소시엄을 발족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협력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기술교류회에서 컨소시엄 구성에 관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보인다.
기술교류회와 컨소시엄 발족 등의 과정은 유리기판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유리기판 시험라인을 구축해 올해 2분기 내 가동하고 연내 미국 빅테크 기업 2~3곳에 AI 서버용 유리기판 시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유리기판 양산 목표 시점은 오는 2027년으로 잡았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재학생 대상 특강을 진행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현재 파일럿라인을 만들어 올해 중 적어도 2~3곳 미국 빅테크에 샘플링을 할 예정”이라며 “가동을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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