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쇼핑 논란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외국인 주택·토지 보유 통계’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가구를 넘긴 10만 216가구(전체 주택의 0.52%)를 기록하면서, 가뜩이나 주택 공급 부족 우려에 휩싸인 국민들을 자극한 까닭이다.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 수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22년 말 8만 3512가구(0.44%)에서 2023년 말 9만 1453가구(0.49%), 그리고 지난해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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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에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거래신고법)’ 제7조가 정한 ‘상호주의’와 관련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해당 법 조항은 부동산 취득과 양도 등에 대해 국가 간 ‘상호주의’를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부동산 거래를 제한 또는 금지한 해외 국가의 국민에는 국내 부동산 거래를 제한·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재 관련 시행령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어겨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게 서울시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소유 국내 주택의 절반이 넘는 5만 6301가구(56.17%)가 중국인인데 이는 엄밀하게 따지면 부동산거래신고법이 정한 상호주의를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인의 토지 매입이 아예 불가능하며 주택 역시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만 거래가 가능해서다.
특히 다주택자 중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 부동산 거래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 각종 규제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호주의는 외교·통상 문제가 얽혀 있어 각 국가 간 특수성을 고려해 적용해야 하는 만큼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국토부에 건의한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이같은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취지”라며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동일 규제 하에 거래를 하도록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 조사 권한도 없어 실질적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외국인 유입이 날로 늘고 있는 만큼 이참에 외국인 국내 부동산 거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타국과 마찰 없이 상호주의를 실행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이후 단기체류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를 막고 장기체류 외국인의 실거주 목적 거래는 지원하는 방안 등 균형감 있는 정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자금 출처 투명성, 다주택 중과 또는 임대소득과 같은 조세 관련 협약 등 논의할 사안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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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가구 구성, 자금 출처 등 관련 데이터 확보·공유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외국인 부부가 시차를 두고 입국하거나 가구 구성 관련 신고를 누락하면 행정상 다른 가구로 분류돼, ‘1가구 2주택’임에도 각각 ‘1가구 1주택’으로 인정돼 중과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장은 “출입국 정보는 법무부가, 과세 행정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각각 맡고 있고 기관 간 정보 공유도 원활치 않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자금 출처를 보다 투명하게 밝히기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편법증여나 자금세탁 등 위법한 자금이어도 이를 확인하고 제재할 수 없어 자칫 내국인이 피해를 볼 우려도 적지 않아서다. 김남정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국인은 주택 거래시 8촌까지 자금 흐름을 추적 당하지만 외국인은 기본 정보조차 파악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불가피하다”며 “외환관리법을 적극 활용해 외국 자금의 유입 경로를 통제하는 등 정책 실행 의지가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